앵커 : 네덜란드에서 다음달 북한 화가들의 그림전과 사진전이 개최됩니다. 북한 사회를 폭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주최측의 설명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네덜란드 북동부 드렌트(Drenthe)주의 아선(Assen)시에 자리잡은 드렌츠미술관(Drents Museum)에서 다음달 2일 ‘김 씨 일가의 이상향(The Kim Utopia)’이라는 북한 미술 전시회가 열립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네덜란드의 미술품 수집가 로날드 드 그룬(Ronald de Groen)씨가 20여 년에 걸쳐 수집한 3천 여점의 북한 미술 회화 중1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1960년부터 2010년 사이 제작된 유화와 수묵화입니다.
전시회를 공동 기획한 네덜란드 라이덴대학(Leiden University)의 쿤 드 쾨스트르(Koen de Ceuster) 박사는 북한을 찬양하려는 목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쾨스트르 박사: '북한'하면 떠오르는 영상은 대규모 집단체조, 우스꽝스런 지도자, 굶주림, 그리고 인권유린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북한 사회를 몇 가지 개념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이해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북한 예술이 사회주의 체제와 이념을 선전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좀 더 복잡하게 얽힌 북한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미술전이 북한 당국의 개입이 없이 개인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렌츠미술관은 북한 미술전과 동시에 ‘북한의 시각(North Korean Perspectives)’이라는 사진전시회도 함께 개최합니다. 외국 작가들이 북한을 방문해 다른 시각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북한을 이상적인 세계처럼 묘사한 북한 당국의 통제를 받는 화가들의 그림과 대조를 이루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당국의 지도와 조종, 통제 하에서 북한 화가들의 그림은 북한이라는 나라와 그 지도자에 대한 사실과 허구(fact and fiction)를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시각’ 사진전에는 프랑스 사진작가 필리프 샹셀(Philippe Chancel)과 AP통신 사진기자 데이비드 구텐펠터(David Guttenfelder) 등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샹셀 씨는 2000년대 중반 외국 사진작가로는 드물게 노동 허가증을 받고 북한에 들어가 평양의 인민대학습당, 아리랑축전 등 당국의 엄격한 주민 통제와 과장된 체제 선전 뒤에 숨은 주민의 고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작품을 제작해 유럽에서 전시한 바 있습니다.
탈북화가 송벽 씨는 북한 미술은 북한 주민들이 마치 김일성 김정일 태양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인물이나 산과 들 모든 것을 무릉도원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잘 아는 외부세계 주민들은 이 같은 전시회에서 오히려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북한 미술전과 사진전은 오는 8월 말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