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연안호 쉽게 석방 안할 것”

남한의 어선 연안호가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된 가운데 과연 북한이 조속히 이 어선을 남한으로 송환할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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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규정을 중시하는 최근 북한의 태도로 미뤄볼 때 북한이 쉽게 이 어선을 남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설사 조속히 송환한다 해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존 박 선임 연구원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남한의 개성공단 직원과 미국인 여기자의 상황을 볼 때 북한이 쉽게 남한 어선을 돌려보내지 않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박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매사를 '법대로 처리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면서 NLL, 즉 북방한계선을 넘은 남한 어부의 위법성을 철저히 따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John Park: 북한은 최근 자국의 법규를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북한법을 어긴 사람들을 조사해 고발(charge)하고, 또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 당국은 남한의 선원 4명이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질 것으로 봅니다.

존 박 선임 연구원은 개성공단에 억류된 남한 근로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설사 북한이 남한 어선을 조속히 송환한다 해도 이것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충분한 계기가 되기는 어려우리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박선원 박사도 올해 들어 북한이 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남한 어선의 북방한계선 침범을 정치적 호재로 삼고 사태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박선원: NLL과 관련된 문제라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을 끌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장난을 하려 할 겁니다. 특히 NLL 관련해서는 북한 측이 군사력까지 사용하겠다고 내뱉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한 어선을 풀어주면 NLL을 쉽게 침범해도 된다는 신호로 남한 측이 오해할 것을 우려할 겁니다.

박선원 박사는 현재의 북방한계선을 더 남쪽으로 다시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스스로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남한 어선을 쉽게 돌려보낸다는 건 논리상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Gordon Flake) 대표도 북한이 남한 어선을 장기간 억류할 가능성이 크다며 설사 북한이 남한 어선을 조기 송환한다 해도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쉽게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Flake: 북한이 남한 어선을 풀어준다고 해도 이것이 이명박 남한 대통령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의 결과를 너무 확대해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편, 남한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박사는 AFP통신에 북한의 남한어선 나포가 반드시 악재는 아니라며 만일 북한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이번 사건을 처리한다면 남북한 양측이 긍정적인 대화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