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상품전시회에 선보인 물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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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양강도 혜산시 당국이 최근 '새경제관리체계'의 시험 단계로 '새상품전시회'라는 것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모든 주민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예고되었던 '새상품전시회'는 상품적 가치가 없는 저급한 물건들로 하여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당국이 7월 중순부터 한 달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새상품전시회’를 열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일반주민들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던 ‘새상품전시회’는 공장기업소 기관장들과 초급당비서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루어졌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8.15를 맞으며 진행된 ‘새상품전시회’가 주민들에게 공개조차 되지 못하고 3시간 만에 조용히 끝났다”며 “공장기업소들이 내 놓은 물건들이 너무도 형편없어 주민들에게 공개할 처지가 못 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광복절 경축 인민소비품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려던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인민소비품만이 아닌 상업적 가치를 가진 모든 상품들로 규정되면서 ‘광복절 경축 새상품전시회’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혜산시 당국이 이번 전시회를 가지게 된 배경은 ‘새경제관리체계’ 도입을 앞두고 공장기업소들이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타진하려는 목적에서였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혜산 시당은 지난 7월 중순에 있었던 각 공장 초급당비서 및 행정일꾼협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며 공장기업소들마다 무슨 물건이든 능력껏 만들어 8.15까지 ‘양강도 미술관’에 전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전시된 상품의 70% 이상이 펜대나 빨래 방치와 같이 나무로 만든 물건들이었다”며 “그 중에서도 나무로 만든 펜대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이 어느 때인데 펜대를 만들어서 팔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비교적 우수하다는 나무 조각이나 혁명전적지 답사 기념품과 같은 목각공예제품들은 너무도 품이 많이 들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습니다.

나무로 만든 물품 외에 장마당에서 파는 중국 뜨개실을 가지고 만든 모자나 장갑, 애기 옷과 같은 뜨개 제품들이 많았고 빵, 과자, 사탕, 식용유와 같은 먹을거리들은 거의 눈에 띠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주민들에게 공개조차 되지 못한 초라한 전시회였지만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아직 초기여서 이 정도지만 앞으로 이런 전시회를 자주 가지다 나면 상품의 질도 개선되고 방법도 나아질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특히 편직공장에서 만든 양말이나 어린이옷, 스키모자와 혜산신발공장에서 만든 구두는 지금 장마당에 내 놓아도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됐고 혜산제약공장에서 만든 패독산(감기약)과 아편꽃현초알약(설사약), 포도당은 상품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그들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