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12일 중국 단둥에서 개막된 "2012 조-중 경제무역문화관광 박람회"에 북한당국이 보위부 요원을 대거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은 또 경제박람회라는 행사 취지에 걸맞지 않게 박람회장을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과 중국이 공동 주최하는 최초의 북-중 경제박람회인 “2012 조-중 경제무역문화관광 박람회”가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단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약 500여 개의 박람회 전시 부스 가운데 북한은 종합안내 부스 1개와 99개의 상품 전시 부스를 열고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 볼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중 양국이 심혈을 기울인 축제의 장에 북한 당국이 사복차림의 보위부 요원들을 대거 행사장에 파견한 것이 자유아시아 방송(RFA)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친척 방문차 단둥을 방문한 평양 주민 윤모씨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북한 국영상점 지배인과 전시장 구경에 나섰다가 “얼굴을 잘아는 보위부 요원들이 대거 깔려있는 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특별히 죄지은 것은 없지만 보위부원들을 맞닥뜨려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앞서 피할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단둥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무역 일꾼들과 그 가족들도 가능한 한 박람회 현장에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박람회장에는 전시장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북한행사 요원들 외에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행사장을 배회하는 북한 요원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가슴에 김일성 김정일 휘장을 단 것으로 보아 그들 상당수가 북한 보위부 요원들임을 알수 있습니다.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 무역일꾼들은 대부분 김일성 휘장을 달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사정에 밝은 중국의 한 소식통은 북한당국이 이번 행사에 보위부 요원들을 대거 배치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면서 “관람객들을 안내하는 행사 요원들이 손님들과 쓸데 없는 말을 하거나 혹시라도 은밀히 소통하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게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박람회를 북한의 체제 선전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행사장을 찾은 중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 상품을 전시-안내하는 부스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제1비서의 현지지도 사진들로 도배를 해놓고 있어 중국 관람객들이 “북한이 박람회 전시장인지 체제 선전장인지 구분을 못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박람회 개막 전날인 12일 저녁 단둥시 신구체육관에서 열린 만수대예술단 공연에서도 북한당국의 체제선전은 계속되었습니다. 115명이 참여한 만수대 예술단 공연에서 28개의 합창과 독창, 무용 등은 모두가 김 씨 일가를 찬양하거나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공연 일색이었습니다. 일부 관람객들은 재미없다고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는 홍콩 대만을 비롯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초코렛 등 과자류를 전시해놓은 말레이지아 상품 부스 1개와 자동차 엔진오일 등을 전시해놓은 프랑스 업체 1개 이외에는 다른 나라 상품 전시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