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1호 행사라고 부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부대 방문이나 현지지도 때 주민들이나 군 병사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행사 전에 철저하게 기획된 연출에 불과하다는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작은 목선을 타고 서해안 섬들을 방문했을 당시 군 병사들이 물에 뛰어들어 열광하는 모습을 지켜본 함경남도 주민 이 모 씨는 “추운 날씨에 병사들이 고생한다”면서 “저런 광경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지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1호 행사장은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엄중한 장소인데 그곳에서 자유롭게 소리치거나 열광한다는 것 자체가 사전에 동원된 연출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만약 1호 행사장에서 사전에 연출된 대로 열광적인 환영분위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행사책임자는 엄중한 문책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공통된 얘깁니다.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맞춰 순안비행장에 동원된 적이 있다는 평양주민 이 모 씨는 “행사동원 주민들은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치며 복장 검열부터 서 있는 장소까지 일일이 지정해준다”고 밝히고 “행사 때 종이 꽃다발을 흔들면서 열광하는 행동까지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연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1호 행사에 동원되면 귀찮고 번거롭지만, 행사에 선발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의 평양 주민 이 모 씨는 “1호 행사에 참석했다가 운이 좋아 최고지도자와 사진이라도 같이 찍히게 되면 입당을 하거나 학생들의 경우 진학할 때 큰 혜택들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뇌물을 고여서라도 행사참석 요원으로 선발되려는 사람도 있다고 이 씨는 덧붙였습니다.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가 과거 김정일 위원장 현지지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중국에 나온 주민 소식통들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개방적이고 인민에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지만, 방문장소에 대한 엄격한 사전답사와 동원된 주민들을 며칠간에 걸쳐 사전 연습시키는 행태는 과거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