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미국적십자사의 제안에 미국의 한인이산가족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적십자사가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의 정보를 대한적십자사의 '이산가족통합센터'에 등록해 생사확인과 상봉신청을 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데 대해 이산가족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적십자사의 애비 위버(Abi Weaver) 수석공보관은 지난달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의 조선적십자사와 접촉했다고 공개하고 남한의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생사확인과 상봉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인 이산가족들은 미국적십자사가 남과 북의 적십자사에 이산가족문제를 협의한 것은 큰 진전이지만,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가족 상봉을 주선하겠다는 것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전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대한적십자사가 미국 시민인 한인 이산가족을 위해 북한과 적극적인 협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차희:이산가족들이 70대, 80대, 90대입니다. 그런데 한국 적십자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북한적십자사는 미국정부와 일하려 할 것이고 한국정부나 한국적십자사를 상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노인들이 대부분 노인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장거리 전화 통화를 하기 어렵고 우편으로 서류를 접수할 수도 없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한인이산가족의 어려움을 담은 편지를 미국적십자사에 보냈다면서 미국적십자사 담당자와 만나서 이산가족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최태선 씨는 북한이 최근 미국에 정부 대표를 보내면서 대화에 적극적인 만큼, 이번 기회에 60년 전 헤어진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말했습니다.
최태선 : 미국적십자사가 정부의 힘을 빌려서 북한적십자사와 직접 접촉하기를 바랍니다. 북한이 사람까지 미국에 보내고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바라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어렵게라도 합의해서 극적으로 가족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이차희 사무총장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위원장이 최근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 이산가족문제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팔레오마바에가 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미국적십자사와 함께 상원의 인준절차가 진행 중인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 인권특사도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이 사무총장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