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김정은 패션 따라하기’ 유행

MC: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북한의 젊은 간부들 속에서 옷차림과 머리 모양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폐쇄된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그의 패션을 따라 하는 관행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출현한 청년동맹 간부들이 한결같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즐겨 입는 쯔메리(북한식 표현), 즉 닫긴 깃 인민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우리청년들은 오로지 김정은 동지를 따라갈 …”

쯔메리는 일본말로 세운 깃(詰(め)襟) 양복이라는 뜻으로 북한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도 “재작년(2010년)에 김 대장이 텔레비전에 나온 다음부터 간부들 속에서 쯔메리를 입는 바람이 불었다”면서 “새 지도자가 입었다 하니까, 저마다 해 입어 잠간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쯔메리 인민복은 목달개를 다는 게 좀 불편하지만, 일단 입으면 단정해 보여 젊은 간부들이 선호한다”고 반응했습니다.

쯔메리 인민복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중국 신해혁명의 지도자 손문(孫文)이 고안해낸 옷으로, 1929년에 중국 국민당은 이 옷을 국가의 공식 예복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손문의 호를 따서 ‘중산복’이라고 불렸던 이 복장은 모택동, 주은래 등 중국의 1세대 지도자들이 즐겨 입었고, 또 그들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김일성 전 주석도 해방 후부터 이 인민복을 즐겨 입었습니다.

당시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이 인민복이 기본 복장으로 되었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쯔메리 보다는 잠바를 즐겨 입으면서 유행이 바뀌었습니다.

한때 주민들 속에서 김정일 잠바가 너무 유행이 되어 북한 당국은 “잠바를 작업복으로 입지 말라”고 규제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북한 남성들의 머리 모양도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상고머리 형태는 패기와 열정이 있어 보이고 고상한 감을 준다”고 극찬하는가 하면, 북한의 한 고급 이발사는 “최근 청년들 속에서 높은 머리, 상고머리, 반상고머리가 유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상고머리는 앞머리만 약간 길게 놓아두고 옆머리와 뒷머리를 짧게 치켜 올려 깎은 형태로, 김정은의 머리 모양이 대표적입니다.

김정은의 이 머리모양 역시 30대의 김일성을 본 딴 것으로, 20년 만에 북한에서 다시 유행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외부와 격리된 북한에서는 지도자를 따라하는 관습이 일반화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자기주장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스타일을 바꾸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보니까, 세계유행 따라가는 게 아니라, 북한 내에서 김정일이 잠바를 입으면 간부들이 잠바를 입어야 하고, 수령에게 충성하기 위한 충성심이랄까, 아첨이라고 할까,....”

그는 미국과 같은 자유사회에서는 자신이 편안한 복장을 입으면 그만이지만, 북한에서는 옷차림이나 머리모양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