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여성들이 미백효과, 즉 얼굴 화장을 위해 바르는 중국산 '비션 크림'에 수은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북한 여성들은 이 크림의 유해성을 잘 몰라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여성들이 즐겨 쓰는 중국제 영양 화장품인 비션 크림(Vision cream)에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인 수은이 다량 섞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평양 주민 김 모 씨는 "북한에서 많이 쓰는 중국제 비션크림을 중국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면서 "중국에서도 수은이 많다고 안 쓰는 물건인줄 이제야 알게 됐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평양 장마당에서는 한통에 두 개씩 들어있는 비션크림 한통에 10달러에 팔린다"면서 "수은이 그렇게 많이 섞여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도 2000년경에 중국산 비션 크림이 반입된 적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 신고가 제기되어 관련당국이 수입을 전면 중단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 식품안전청이 비션 그림 30여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수은함유량이 많게는 허용기준치의 만9천배, 적게는 만 배 정도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화장품에 들어가는 수은 허용기준이 1ppm이지만, 비션 크림에는 만 ppm이 넘었다고 식약청은 발표했습니다.
수은이 많이 들어간 화장품을 사용하면 수은 성분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며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심한 경우 언어장애와 시각장애 등 신경계통의 질병을 앓을 수 있다는 게 화장품 업계의 반응입니다.
평양 주민 김 모 씨는 "비션크림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을 북한 주민들도 다 알고 있지만, 실제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지는 잘 모른다"면서 "설명서도 한자와 조선어(한국어) 로 되어 있어 북한 사람들이 쓰기에도 큰 불편이 없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은 한통에 100달러씩 하는 봄향기 화장품은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비션크림을 많이 쓴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비션크림을 사용했던 경험이 있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한 모 씨는 "비션 크림을 바르면 처음에 얼굴 각질이 벗겨지는데, 바른 부위가 뻘겋게 붓고, 아픔이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약 보름만 계속 바르면 새 피부가 하얗게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비션 크림이 인체에 해로운지 알고 썼느냐는 질문에는 한 씨는 "수은이 좀 들어있어 나쁘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워낙 대체할만한 화장품이 없어 그대로 썼다"면서 "북한의 보건 당국이 크림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2000년부터 대량 유입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북한 여성들 속에서는 하얀 피부를 가진 남한 연예인들을 부러워하며 살결을 희게 하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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