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새해 시작부터 거름 생산에 전체 주민을 총동원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도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매일 정규보도 시간에 함경남북도와 황해도 지방의 도시들에서 거름생산에 나선 주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함경남도의 일꾼들과 근로자들도 새해공동사설을 높이 받들고 많은 거름을 생산해서 사회주의 협동벌에 보내주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후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 시대에도 쌀 문제는 여전히 급선무로 대두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국경지역 주민들은 새해 첫 전투를 거름 생산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전해왔습니다.
함경북도의 국경 인근에 사는 김춘화(가명)씨는 “직장에서 노력자 일인당 1년에 거름 2톤씩 생산하라는 과제를 받았다”면서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니 하루 종일 거름 모으는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국경소식통> “1월 3일부터 시작해서 온데(사방) 다니면서 인분을 줍지요, 그리고 산분이라는 것 알지요? 짐승의 산분(배변)을 죽을 내기로 열심히 줍는 거지요, 언제까지 하라는 게 없지요.”
철제 공장에 다니는 김씨는 “기업소에 나가면 출근 도장을 찍고, 바로 거름 생산에 동원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1인당 거름 2톤씩 과제로 정한 것도 “한 사람이 1년에 배설하는 량이 2톤이니, 그걸 모았다가 농장에 바치라는 소리”라면서 “배급도 안주면서 뭘 먹은 게 있다고 거름을 자꾸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는 “인구 밀집 지역의 시내 공중 화장실들에는 자물쇠를 채우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름내 악취를 풍기던 공동 화장실에는 새해만 되면 인분을 들여다 볼 사이도 없이 누군가 날라 간다는 게 김씨의 설명입니다.
한편, 군대들까지 거름 생산에 동원시키자, 밤에 인분을 도둑질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김씨는 ‘거름전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이 고향인 김정희(가명)씨는 “아버지가 하루 종일 들판과 변소 칸을 뒤져 마련한 인분을 하루밤새 누군가가 훔쳐갔다”면서 “요즘 밤만 되면 군대들이 마대를 지고 거름까지 훔쳐가는 흉흉한 세상이 되었다”고 혀를 찼습니다.
평양의 고층 아파트들에서는 거름 대신에 돈을 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한국에 나온 평양 출신 탈북자는 새해 거름전투가 시작되면 인민반장들이 계획을 못한 가정에 돈을 받으러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1월 2일 되면 (거름을)내야 하니까, 인민반장들이 ‘어떻게 할래? 돈으로 낼래?’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돈으로 내야지요.”
인민반장들이 이 돈으로 거름을 실어 내가는데 필요한 휘발유를 산다고 하지만, 그 사용출처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거름 생산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올해도 비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살아있을 때 ‘주체비료’가 쏟아진다고 선전했지만, 정작 남흥화학공장이나, 흥남비료공장들은 원료 부족으로 가동이 잘 안되는 실정이라고 내부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 남북관계 악화로 한국에서 지원되던 비료가 끊어지자, 북한이 순수 ‘자력갱생 산품인 인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