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서민들 잔칫상도 모형물로 대신

경제적 어려움이 큰 북한 서민 중에는 결혼식 같은 집안 대소사 잔치에 제대로 된 상차림을 하지 못하고 모형물로 상차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0:00 / 0:00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에 이주해 사는 북한 화교 출신의 양정후(가명, 46세, 여) 씨는 평안북도에 사는 친정아버지 환갑잔치에 다녀온 후 자유아시아 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서민들이 결혼과 환갑 등 잔치를 치르는 실상을 전했습니다.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등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거주지 '편의 봉사소 사진부'에 미리 통보를 해놓으면 '편의 봉사소'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상차림 모형물을 가지고 와서 진열해 놓고 기념 사진촬영을 해주고 있다"고 양 씨는 설명했습니다.

돈이 없는 서민들은 잔칫상에 음식을 차려 놓는 대신 목각으로 실물과 비슷하게 만든 모형물을 진열해 놓고 그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실정이라고 양 씨는 말했습니다.

북한 상인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장사를 하는 중국 상인 장진구 씨는 "북한 대방에게 상차림 용 물건을 종종 주문받는데 중국 돈 100위안어치에 해당하는 각종 과일과 고기, 술 등을 상차림 용으로 적합하게 정형화(定型化)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상차림 물건을 산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기보다 잔치가 있는 집에 이 상차림 용 물건을 돈을 받고 빌려주는 영업을 하려는 것이며 과일 등이 상해서 더는 사용 할 수 없을 때까지 이용한다."고 장 씨는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실물로 상차림을 하는 계층은 평양이나 중국과 접경도시 등 그래도 형편이 나은 지역 주민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소한의 상차림조차 할 수 없는 취약 계층에 있는 서민들 대부분은 가까운 친지들과 최소한의 이웃들만 초청해 집안의 행사를 간단히 치르는 형편이지만 이에 반해 간부들은 성대한 잔치를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부들 자제의 결혼식이나 그 부모들의 환갑잔치가 있을 경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고 초대를 하는데 이는 곧 잔치를 명분으로 최대한 많은 뇌물성 축의금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북한 출신 화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