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민회 모임 주도자 김형직 아니다”

최근 북한에서 '만경대 가문'의 계승을 암시하는 선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그 가문의 업적가운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형직이 조직했다는 '조선국민회'도 포함돼 있습니다.

0:00 / 0:00

그러나, 한국의 근대 반일운동 역사자료에는 김형직이 조선국민회 회원으로 있었지만, 모임을 주도한 반일운동가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3월 23일은 조선국민회가 결성된 지 9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북한매체들은 '만경대 가문'의 업적을 강조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부각하는 선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b>원래 김형직이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북한의 봉화리에 가면 김형직이 그 무슨 비석계, 학교계인가 했다고 했는데, 거기에 가보면 비석에 세 번째인가 김형직이 이름이 있는데, 거기 앞에 있는 이름들이 실제 조직자들입니다.</b> <br/>

21일자 통일신보는 김정일 위원장이 10년 전 자강도를 현지 지도하면서 “만경대 가문이 대를 이어 개척하고 실현해 나가는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할 결심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만경대 가문'에는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형직도 포함돼 있고 그의 업적 가운데 조선국민회 결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형직이 1917년 3월 23일 조선국민회를 조직했다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평양에 있는 봉화산 혁명사적지에서는 조선국민회 결성을 보여주는 사진 중앙에 여러 반일운동가들과 무릎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김형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고등중학교 혁명력사 교과서에도 조선국민회가 변절자의 밀고로 체포되기 전까지 100여명의 반일운동가들을 포함하고 있었고, 3.1운동을 전후해 조선에서 가장 큰 반일지하조직이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독립기념관에 소장된 기록에는 조선국민회가 1917년 평양숭실중학교 출신인 장일환과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박용만의 주도하에 조직됐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1989년 ‘조선국민회 연구’라는 논문을 집필한 강영심 박사(이화여대 사학)도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조선국민회 회원은 약 25명으로 알려졌지만, 김형직은 회원으로 있었을 뿐 조직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조선국민회에 대해 취재했던 전 조선중앙방송기자 출신 장해성 씨도 조선국민회의 결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래 김형직이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북한의 봉화리에 가면 김형직이 그 무슨 비석계, 학교계인가 했다고 했는데, 거기에 가보면 비석에 세 번째인가 김형직이 이름이 있는데, 거기 앞에 있는 이름들이 실제 조직자들입니다.”

조선국민회에 관한 자료는 북한 당력사연구소에 소장돼 있으며, 북한이 60년~70년대 김형직의 업적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고 장 씨는 말했습니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이유는 김일성 가계에 대한 우상화 때문이라고 장 씨는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만경대 가문을 선전하며 3대 세습을 고집하는 것도 이미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김 부자 가족의 업적으로 왜곡되거나 부풀려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