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대부분 전투기 낙하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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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추락한 북한 전투기 문제를 두고 북한과 중국 당국이 기계적 결함에 의한 추락사고 였다고 신속히 발표했지만 북한주민들은 조종사의 사망이 강요된 죽음이라고 믿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항상 죽음의 위험에 노출된 북한 비행사들의 애환,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그들에게는 탈출할 낙하산이 없었다” 지난 17일 오후, 중국 료녕성 려순에서 추락한 북한 전투기 사고에 대한 소식을 들은 함경북도 두만강 연선의 주민 강철진(가명 33)씨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지난 2000년 초까지 강원도의 한 비행장에서 정비원으로 복무했다는 이 소식통은 “추락한 훈련기가 관제탑과 교신을 했는지 알 수 없으므로 탈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비행사가 왜 국제적으로 공인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는지, 또 우리(북한)쪽이나 중국쪽에서 왜 안내기를 띄우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사고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비행기가 항로를 이탈하거나 불의 사고를 당하면 기체를 좌우로 흔드는 조난신호를 보낸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신호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관제소와 연계되었다면 중국측에 신속히 대응책을 요구했겠는데 비행기가 추락할 때까지 중국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씨는 추락한 비행사의 죽음에 대해 “철저히 강요된 죽음”이라며 “지난 2002년부터 북한공군의 대부분 전투기들에 탈출용 낙하산이 장착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낙하산이 지급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김씨는 “2002년 4월과 6월에 김정일이 ‘미림비행장’과 ‘온천비행장’을 현지시찰하면서 낡은 비행기들을 개조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폐기된 비행기와 부품들을 헐값으로 사들일 데 대해 지시했다”며 “비행사들이 비행기를 끝까지 지킬 데 대한 말씀(지시)을 주셨다”고 진술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당시 공군비행장을 찾은 김정일은 우리 비행사들이 천만금을 주고도 못 바꿀 존재들이지만 비행기는 억만금을 주고 사들여야 한다며 조종사들이 불의의 사태에 직면해서도 침착하게 행동하고 비행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지시에 대한 대책으로 북한 당국은 지난 2002년 이후 공군 훈련용 비행기들에 낙하산을 제거하고 대신 훈련장 주변에 임시 활주로를 만들어 사고기들이 불시 착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입니다.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켜도 비행사들이 공중탈출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 북한은 2002년 이후 공군비행사들에게 비행기는 300%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기계라고 교육하면서 공중사고 당시 주변 임시활주로나 고속도로에 착륙하는 방법들에 대해 특별히 강의하고 있다고 그는 덧 붙였습니다.

한편 양강도 혜산시의 또다른 소식통은 “1997년 원산비행장 비행사들이 길영조 영웅을 본받아 자폭결사대를 결의하면서 스스로 낙하산 착용을 거부했다”며 “그후 전투비행사들이 긴급낙하산을 포기하는 것을 자신의 충성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길영조는 지난 1992년 원산비행장에서 훈련도중 불의의 사고로 추락하면서 김일성 별장을 피해 일부러 바다에 뛰어들어 희생함으로써 북한이 내세우는 비행 영웅입니다. 북한은 일단 유사시 비행기 사고를 당하더라도 적진이나 적함을 들이받고 산화한다는 가미카제식 교육을 공군 비행사들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초기 비행을 하는 신입비행사들과 훈련교관들이 타는 교관석(부조종석)에는 낙하산을 의무적으로 장착한다”고 말해 북한 당국이 사고기들에서 조종간을 잡은 조종사들은 탈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낙하산을 떼어냈다는 의혹을 더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