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중요한 시설의 하나인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최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 행사와 공연 등이 자주 열리는 대형 시설물의 화재로 평양 시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평양시 모란봉 구역에 자리 잡고 있는 4.25 문화회관에서 며칠 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 평양 주민은 이 같은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하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평양 시내 분위기가 벌집을 쑤신 것처럼 엄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불이 난 시점은 불과 며칠 전이고 발화지점은 문화회관 천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피해 규모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이 주민소식통은 “나는 간부가 아닌 그저 평범한 평양주민인데 나 같은 보통 주민들까지 화재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정도면 화재의 규모와 피해 정도를 짐작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주민은 이어서 “화재를 낸 범인은 남조선 안기부(국정원) 첩자이거나 남조선 안기부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의 소행일 것”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하면서 “머지않아 범인이 잡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의 이 같은 언급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유언비어의 유포를 차단하면서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유발하기 위해 흑색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의 발화지점이 천정이라면 사람이 그 높은 데까지 올라가서 일부러 화재를 냈을 가능성보다 전기누전 등에 의한 화재(실화)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주민은 “그런 것까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평양의 주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얘기는 남조선 안기부(국정원)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전기누전 등에 의한 사고가 나자 주요 시설물인 4.25 문화회관에 대한 부실관리 책임과 그 불똥이 고위층에까지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공안당국이 조작된 여론몰이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2012년과 2013년에 있었던 제80돌과 81돌 4.25 인민군 창건기념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4.25문화회관에서 연달아 개최했지만, 이틀 전인 4월 24일에 거행된 제82돌 인민군 창건 기념 중앙보고대회는 4.25 문화회관이 아닌 평양 ‘인민 문화궁전’에서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25 문화회관은 인민군 창건 기념일인 4월 25일에서 명칭을 따올 만큼 정치적 상징성이 큰 북한의 주요 시설로 12만 4천 평방미터의 부지면적에 연 건축면적 8만여 평방 미터에 달하는 7층 규모의 초대형 시설물로 총 6천여 개의 좌석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