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탈곡장 등 잇단 화재...“남한 소행”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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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탈곡작업이 한창인 북한에서 또다시 원인모를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북한당국은 한국의 정보기관이 일으킨 방화사건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뙈기밭 일구기에 나선 주민들의 실화로 올봄, 북한 전역에 산불이 일어나면서 큰 홍역을 치렀는데요. 가을철을 맞아 이번에는 탈곡장들과 인근 공장시설들이 연이은 화재로 전소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소식통은 “10월 17일, 혜산 장마당 육고(고기)매대가 전소되면서 주변의 땅집(단층주택) 3채도 함께 불타는 사고가 있었다”면서 “보안서(파출소)들에서 나와 인민반회의를 열고 외부의 사주를 받은 꽃제비들이 불을 질렀다고 선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에서는 혜광동 쓰레기장에서 난 불이 주변의 창고들로 번진 사건을 비롯해 혜산탄광 경비실이 불타버리는 것과 같은 화재사고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보안서들마다 주변 인민반들에 나와 가을철 화재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대책을 세울 것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주의 제도에 대해 앙심을 품은 불순분자들, 적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먹은 혁명의 배신자들이 주민들속에 불만을 조성할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정보기관이 살길이 막혀 떠도는 꽃제비들에게 돈을 쥐어주면서 방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선전해 사회적 약자인 꽃제비들에 대한 주민들의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함경북도 연사군의 소식통도 “연사군 신양 노동자구에서 꽃제비 가족이 피운 모닥불로 농장 탈곡장이 통째로 타버리는 사건이 있었다”면서 “연사군은 주로 감자만 심기 때문에 탈곡장이 비어있어 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후 연사군에서는 꽂제비들을 모두 어랑천 발전소 건설장에 보내 일을 시키도록 조치했는데 일하기 싫은 꽃제비들이 건설장들을 도망쳐 나오고 있다며 꽃제비들을 보면 제때에 ‘불량청소년 그루빠’에 신고해 건설장들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러한 선동이 있은 후 연사군에서는 올해 봄에 일어난 산불과 농작물 도난사건을 비롯해 꽃제비들에 의한 피해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학교 학생들이 떼를 지어 꽃제비 가족들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적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화재사건들이 한국의 정보기관 소행이라는 북한 당국의 어설픈 선전에 주민들은 노골적인 야유를 퍼붓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한국정보기관이 할 일이 없어 장마당에 불이나 지르고 있겠는가?”라는 현지주민들의 생각을 전하면서 “인민반동원에 나갔는데 마을사람들이 시당 간부들 앞에서 ‘한국의 정보기관이 제발 우리 동네 변소에도 불을 질러 줬으면 좋겠다’면서 노골적으로 조롱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로 옆에 있는 공동변소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이용하고 있는데 정작 청소관리는 인민반 세대들에서 돈을 모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탈곡장과 장마당인근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꽃제비들이 피운 모닥불이 번져 탈곡장과 장마당 시설을 태우는 실화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