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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울의 모든 것을 날려 보낼 수도 있다”며 한국 정부를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광명성3호’ 발사 실패 이후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입니다. 대학생 100여 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3대 세습독재를 비판하는 행사를 벌였습니다.
[녹취: 행사 현장음]
“네 이놈 김정은, 지 애비랑 하는 행동이 똑같구나! 김정은 세습독재, 아니 아니 아니되오!”
이어 다음날인 16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인터넷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녹취: 이명박, 대통령]
“핵과 미사일로 세계를 위협하고, 이로써 체제 결속을 도모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오히려 북한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앞선 13일에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조롱하는 무언극을 펼쳤습니다. 당시 참가자들은 도심에서 ‘광명성 3호’ 로켓 형상을 하고 나와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남쪽의 이러한 행사들이 한국 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8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가 태양절 행사를 모독한 범죄에 대해 당장 사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서울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날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핵 포기를 촉구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인천의 한 군부대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의 초상화에 전투구호를 붙인 것을 트집 잡아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최고 존엄’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터뷰: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최고 존엄이라는 게 결국 북한의 수령을 의미하는데요. 당의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보면 수령의 권위를 훼손하게 되면 무자비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내부 자체의 논리가 있습니다.”
서울을 공격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적인 발언은 1994년 3월 남북 특사 교환 실무접촉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당시 북측 대표로 나온 박양수가 회담 중에 남측 대표를 향해 던진 말입니다.
[녹취: 박양수, 북측 대표]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거예요.”
결국 회담은 결렬되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조차 발칵 뒤집히게 됩니다. 그리고 한반도가 전쟁의 분위기에 휩싸이지만, 카터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전쟁 분위기는 가라앉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정부를 비난할 때 최고 수위의 표현으로 ‘서울 불바다’를 자주 언급했으며, 지난해 11월에도 ‘청와대 불바다’ 운운하며 위협을 쏟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