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명 어린이들에 하루 1잔 콩우유 전달"

캐나다의 대북 지원단체인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의 수잔 리치 대표가 2일 한국의 환경재단과 캐나다 대사관의 초청으로 서울에 왔습니다.

캐나다의 대북 지원단체인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의 수잔 리치 대표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대북 지원단체인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의 수잔 리치 대표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노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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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대표는 3일 환경재단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식량문제와 환경파괴의 실상을 소개했습니다.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년간 북한을 방문해 고아원과 탁아소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를 해소하기 위해 식량지원을 담당해온 수잔 리치 대표는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6년 여름에 있었던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의 식량난이 올해 더 심각하다"면서 "국제적십자연맹이 밝힌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무려 45만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전 세계의 사망자 수의 38%에 해당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리치 대표는 말했습니다.

리치 대표는 북한에서 수해가 극심한 이유에 대해 "산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기 때문에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나무심기를 강조합니다.

리치: 북한의 산림면적 4분의1이 15년 만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북한에서 나무 한그루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북한 지역이 자연피해가 심각한 지역인데도 북한 당국은 고질적인 경제난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리치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리치 대표는 "이런 자연재해로 경제난이 가중돼 북한 주민들이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식량난으로 어린이들에게 충분히 먹일 음식이 없어 7세 한국 어린이와 북한 어린이의 키는 20cm, 몸무게는 10kg이나 차이가 난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결핍을 막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지난 2001년 같은 교회 여성들과 함께 '퍼스트 스텝'을 설립했다고 리치 대표는 단체를 설립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2001년 설립된 이래 꾸준히 급식 규모를 늘려 콩우유를 생산하는 기계인 바이타 카우(Vita Cow)와 바이타 고트(Vita Goat)를 남포, 원산 등에 보급해 약 7만명의 북한 어린이들에게 매일 콩우유 한 컵을 먹이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전기로도 가동할 수 있는 이 설비는 거대한 압력밥솥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메주콩을 단백질이 풍부한 콩우유로 가공처리한다고 리치 대표는 말했습니다.

리치 대표는 또한 이 설비는 기계 한대당 하루 천명의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하루 단백질을 채워준다고 설명합니다.

수잔 리치: 탁아소, 유치원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이 콩우유를 마시고나서부터 감기가 덜 걸린다고 하고, 출석율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영양실조를 예방하기 위해서 콩우유뿐 아니라, 음식에 뿌려먹는 미량영양소를 북한의 임산부와 유아들에게 공급했다고 합니다.

매년 서너 차례씩 북한을 방문하는 리치 대표는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7만명의 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공급했지만, 아직까지 북한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는 약 220만 명에 이른다"면서 많은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재단은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의 산림훼손을 막기 위해 마련한 북한나무심기 기금을 퍼스트 스텝측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전달된 기금은 잣나무 한그루를 심는 데3달러가 사용될 예정이라고 환경재단측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