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개최된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총비서 대신 제1비서로 추대된 것은 김 부위원장의 어린 나이와 당 원로 인사와의 균형을 고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당 제1비서의 역할과 권한이 당 총비서와 동일한 지는 현 시점에서 확실하지 않지만 김정은 부위원장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제1비서직을 신설해 이에 취임함으로써 실질적 당권을 장악한 것은 그의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륜, 또 당 원로 인사와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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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use
) Probably because he is so young that there could be some balancing going on here.
북한 지도부 연구와 관련해 전문가로 손꼽히는 고스 국장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노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것은 국가(state)의 ‘영원한 주석’인 김일성 전 주석과 당(party)의 ‘영원한 총비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그 3대를 잇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지지하고 받쳐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창건자로 최고 지도자로서의 상당한 정당성을 확보했던 ‘영원한 주석’ 김일성과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전임 최고 지도자였던 ‘영원한 총비서’ 김정일을 내세움으로써 권력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어린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최대한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후광을 누리게 하기 위한 시도라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한국 고려대학교의 유호열 교수도 이날 한국 언론에 김정은 부위원장의 제1비서직 추대와 관련해 “김정은이 당내 노 간부들에게 겸손함을 보이면서 당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제1비서란 자리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직책명과 상관없이 일단 김 부위원장이 당 최고위직에 추대된 것은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이 순조롭게 이루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 장악 정도나 지도부 내부의 안전성 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고스 국장은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와 함께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은 최근 인민군 차수 칭호를 부여받은 최룡해 당 비서가 당의 핵심 요직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최근 북한 관영 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19돌 기념 중앙보고대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면서 최룡해 비서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에 이어 세 번째로 호명했고 특히 네 번째로 호명한 리영호 총참모장보다 먼저 호명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의 측근인 최룡해 비서를 통해 북한 군부를 보다 확실히 장악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