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명한 가을을 맞아 남북 청소년들이 지난 20일 서해의 한 어촌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갯벌 체험을 하며 우정도 쌓았다고 하는데요. 노재완 기자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바다 냄새가 가득한 경기도 안산의 대부도.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대부도는 어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 또는 학교나 단체 등에서 많이 찾는 명소입니다.
(현장음: 마을 입구)
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갯벌 체험장까지는 콘크리트 길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트럭 짐칸에 올라탄 남북 청소년들은 소리를 내며 즐거워합니다. 덜컹덜컹하며 가는 트럭이 마치 유희장에서 놀이시설을 탄 기분입니다.
학생들: 우와~(환호) 우와기자: (경운기 타니까) 무서워요?
학생들: 덜컹거려서 조금 무서운데요. 그래도 재밌어요.
트럭에서 내리자 마을 사람들이 소쿠리와 호미를 하나씩 나눠줍니다. 물이 빠져나간 너른 갯벌에서 조개잡이가 한창입니다. 허벅지까지 오는 주황색 고무장화를 신고 갯벌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조개를 잡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영락없는 어부입니다. 호미로 갯벌을 긁으면서 흙을 뒤집으면 바지락이 쏟아져 나옵니다.
기자: 한 번에 3개씩 나오네요. 생각보다 조개가 많죠?
노은기(경기여고 1년): 네, 잘 나와요.
학생들: 야, 이거 봐..(웃음)
20일 체험 활동에 참가한 남북 청소년들은 모두 40여 명. 서울의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재현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남쪽 학생들은 학교에서 탈북자를 돕는 소조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평소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날 온 탈북 청소년들도 자주 만나면서 친해진 친구들입니다.
김미리 북한인권시민연합 교육훈련팀장: 이번 행사는 탈북 청소년들과 남한 청소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1년 동안 친구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이번에는 특별히 시험도 끝나고 그래서 바람도 쐴 겸 대부도에 나왔어요.
조개잡이를 끝낸 남북 청소년들은 조별로 나누어 갯벌 이어달리기도 했습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을 뛰어다니다 보니 학생들은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썼습니다.
(현장음: 갯벌 이어달리기)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체험활동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됐습니다. 함께하는 동안 많은 대화도 나눴건만, 헤어지는 건 못내 아쉽습니다.
고광훈(재현고 1년): 이어달리기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고요. 즐겁고 좋았습니다.
오서희(경기여고 2년): 갯벌에서 너무 뛰어놀아서 힘들긴 했는데요.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놀아서 재밌었어요.
박윤희(탈북청소년): 오늘 갯벌 체험은 만족하고요. 다만 사륜오토바이를 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요. 얘들아~ 수고 많았고, 다음에도 또 만나 재밌게 놀자.
해마다 가을철 남북 청소년들은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지원 아래 농촌과 어촌 등을 돌아다니며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향의 정과 색다른 추억을 맛볼 수 있어 해가 거듭될수록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산 대부도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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