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 사진, 해외신문 입맛 고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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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큰물 피해를 입은 대동강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송했는데, 조작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요. 북측이 아마도 한국과 서양의 신문 편집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사진을 조작한 걸로 보인다고 전문가가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금까지 큰물 피해와 관련한 북측의 보도 사진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 수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거나 수해를 복구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사진에는 폭우로 침수된 대동강 주변 도로를 주민 7명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수해 지역에서 물을 헤치며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은 북측의 기존 보도사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북한 보도사진을 연구해 온 동아일보 사진부의 변영욱 기자는 지적합니다.

변영욱:

저는 이게 일반적인 북한의 사진 촬영법과는 좀 차이가 있다고 보고요. 사고나 사건 현장에 사람들이 포함된 사진은 우리나라나 서양의 신문 편집자들의 입맛에 맞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다면 이 사진은 외부 관찰자들을 염두에 둔 사진이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편집자들의 눈에 들어 신문에 게재되면, 전세계는 북한의 수해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수해 복구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측은 이번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과장을 한 것 같다”고 변영욱 기자는 말합니다. 사진 보정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을 조작한 걸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변영욱:

사람들의 옷이 젖거나 윗옷에 흙탕물이 튄 게 보이지 않는 점으로 봤을 때, 실제 물의 깊이가 이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그 상황을 좀 더 물이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포토샵으로 리터치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변영욱 기자는 ‘북한 1호 사진의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2007년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북측의 보도사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문제가 된 사진을 15일 촬영해 16일 미국 AP통신에 전송했습니다.

AP통신은 17일 전세계 고객사에 사진 삭제요청 공지를 보내면서 “사진의 내용이 디지털 방식으로 변형돼 실제 장면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