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측 정부의 대북 수해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북쪽이 최근 남쪽 민간단체의 대북 수해지원을 잇달아 받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구호단체인 한국월드비전이 21일 수해 지원물자로 밀가루 500톤을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지난 18일 비슷한 구호단체인 한국JTS가 인천항을 통해 북측에 밀가루를 보낸 것과는 달리 이번엔 육로를 이용했습니다.
25톤 트럭 20대에 나눠 실은 밀가루 500톤은 군사분계선을 거쳐 이날 오전 개성에 도착했습니다. 월드비전 측은 남쪽을 떠나기에 앞서 임진각 평화누리 주차장에서 환송식을 열었습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교회와 후원자들을 통해서 밀가루 500톤을 정성스럽게 모았습니다. 이 밀가루는 특히 수해가 심한 평안남도 안주와 개천 일대의 어린이들에게 보내질 것입니다.
분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월드비전은 조만간 관계자들을 북측에 파견한다고 밝혔습니다.
최미정 ( 홍보팀 직원 ): 모니터링은 9월 말에 저희가 가서 제대로 배포가 됐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앞서 북측은 지난 12일 품목과 수량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남측 정부의 수해지원을 거부했습니다. 남측이 보내기로 한 밀가루 1만 톤과 라면 300만 개 등이 “보잘것없는 얼마간의 물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대북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측이 진정 원했던 구호물자는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이었습니다.
남측 정부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처음부터 주민용으로만 준비해 품목을 결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한 후 남측 정부가 지켜온 원칙이기도 합니다.
황재성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 남측 정부는 사실 북측이 어떤 품목들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미 수해지원에 대한 협의가 있었거든요. 만약에 남쪽이 북쪽에 중장비나 쌀을 지원하게 되면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지켜왔던 원칙을 스스로 깨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북측은 지난 두 달동안 발생한 집중 호우와 태풍으로 이재민 수십만 명이 발생하고 상당수 농경지가 침수 매몰 되는 등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한국 내 민간단체가 발 벗고 나서 북측에 구호물자를 보내고 있지만, 피해 범위가 넓어 여전히 많은 주민이 굶주림과 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