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홍수피해를 당한 두만강 지구 수재민들을 위해 집을 지어준다고 주택 구획을 다시 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탈북 은신처' 노릇을 했던 마을들이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회령시 강안동과 망향동은 회령지구 주민들에게는 ‘탈북 은신처’로 알려졌지만, 이번 홍수피해 복구로 사라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회령시 주민들과 연락하는 한 소식통은 “현재 군대 수만 명이 달려와 집을 잃은 강안동과 망향동 수재민들이 살 집을 짓고 있다”면서 “하지만, 두만강에서 멀리 떨어진 산 둔덕에 짓고 있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홍수 때 두만강 물이 무려 10미터나 높게 불어나면서 회령시 강안동과 망향동 일대를 쓸어버렸기 때문에 수해복구 공사당국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게 집들을 높은 둔덕에 짓고 있다”면서 “두만강에서 수천 미터나 떨어진 회령곡산공장으로 가는 둔덕 위에 집을 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으로 알려진 강안동에는 약 400~500세대의 주민 가옥이 있었지만,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자던 사람들이 적지 않게 죽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령시 강안동과 망향동은 두만강과 아주 가까운 지역으로, 주요 ‘탈북 통로’로 되어 왔습니다.
두만강과 불과 수백 미터 떨어져 있어 이곳 주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으로 바로 넘을 수 있었고, 탈북 중개인들도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이곳에 숨겼다가 넘기기도 했다고 회령 출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한때 강안동과 망향동 마을 전체를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시킬 계획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의 대북민간단체 대표는 “강안동과 망향동을 통해 탈북한 사람들이 많아 회령시당과 보위부에서는 한때 이 마을을 없애자는 주장도 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자면 집도 새로 지어야 하고, 또 주민들의 반발도 있을까 봐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낮은 지대에 있던 주택들이 홍수 피해를 당하게 되자, “높은 지대로 집을 옮겨야 한다”는 당국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고, 결국 북한당국이 의도하는 대로 ‘탈북 은신처’들도 정리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회령 뿐 아니라, 무산군과 온성군, 경원군으로 내려가면서 두만강 주변에 많은 집들이 있는데, 이 집들도 전부 뒤로 후퇴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탈북 은신처들이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주요 탈북 통로에 철조망을 설치하라’고 지시하는 등 탈북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