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부터 지금까지 내린 비로 북한의 여러 지역들이 큰물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당국은 관영언론을 통해 큰물피해 소식은 전하면서도 인명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7월 중순 함경남도 흥남시에 내린 큰 비로 농촌지원에 나갔던 고등중학교 학생 40명을 포함한 120명의 주민들이 폭우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달 26일부터 29일 사이에 북한 양강도 지역에 내린 집중폭우로 백두산 답사에 나섰던 본부당(노동당 중앙위) 간부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적지 않다고 현지의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장마로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함경남도 흥남시에서는 지난 7월 22일경에 농촌동원에 나갔던 중학생 40명을 포함해 120명의 주민들이 사망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흥남시를 지나 바다와 연결되는 성천강은 지난 7월 17일경부터 함경남도장진지역에 내린 많은 비로 하여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7월 22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에 걸쳐 흥남지구에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성천강 제방이 넘치면서 강 하류지역에 살던 주민 2천여명이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동원돼 4대의 직승기(헬기)를 띄우고 어부들의 쪽배까지 총동원해 성천강 하류에 있던 주민들은 구출해 냈다면서 (흥남시) 해안중학교 건물에 대피한 백여명의 주민들도 4대의 직승기(헬기)가 동원돼 모두 구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흥남시 하덕리에서 농장일을하던 학생들과 농장원들은 구조용 헬기가 끝내 구해주지 못했다면서 "직승기가 착륙할 장소가 없어 구조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해주었습니다.
공중구조장비를 갖추지 못한 북한군 헬기들이 착륙할 장소를 찾지 못해 고립된 주민구출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신의주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갑자기 내린 폭우로 흥남시에서 농촌동원을 나갔던 학생들과 농장원 16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산골짜기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덮치는 물을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흥남시뿐만 아니라 (평안남도) 개천시도 이번 장마로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전에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각 도당 책임비서들이 '대책위원장'을 맡았으나 구조장비가 부족해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해로 고립된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군대의 직승기까지 뜬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정일의 직접적인 지시로 군용헬기들이 주민구출에 동원되었다는 북한관영언론의 보도가 거짓이 아님을 뒷받침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26일부터 29일 사이에 내린 비로 하여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방의 철길과 도로가 유실되는 등 큰 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0일 양강도의 한 주민은 "8월 15일을 앞두고 백두산 현지답사를 떠난 본부당 일꾼들을 태운 특별열차가 (양강도) 운흥군에서 철길이 끊어져 고립됐다"며 "중앙당 간부 60여명이 오도 가도 못한 채 철길이 복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철도와 도로복구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7월 28일부터 양강도의 모든 장마당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며 그 때문에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의 고통이 더 심각해졌다고 어려운 현실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마다 이맘때면 늘 겪는 큰물피해는 산에 나무가 없어 조금만 비가 내려도 산사태가 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장마피해 역시 북한의 경제난과 자연파괴에 따른 인재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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