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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수해 복구에 필요한 식량과 장비를 보내달라고 남측에 요청했습니다. 남측이 북측에 생필품과 의약품을 보내겠다고 제안한 지 하루 만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4일 오전 남측에 보낸 적십자회 통지문에서 “식량과 시멘트 등의 물자와 장비들을 제공해 줄 것”을 남측에 요청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식량과 장비를 보내달라는 건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측이 요구하는 품목은 하루 전 남측이 보내겠다고 제안한 품목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3일 생필품과 의약품 등의 ‘긴급 구호물자’를 보내겠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입니다.
장용석: 우리 입장에서는 주민들에게 아주 긴급하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호물자 중심으로 지원을 하고 싶겠지만, 북측 입장에서는 긴급 구호물자 이상으로, 수해 자체를 복구할 수 있는 물자, 설비, 장비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남측은 4일 수해 복구용 물자와 장비를 보내달라는 북측의 요구를 일단은 거부했습니다.
특히 굴착기 같은 장비는 북측이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남측 정부는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대한적십자사는 4일 오후 북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기존 계획한대로 긴급 구호용 품목을 보내겠다는 뜻을 재차 전달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긴급 구호 차원의 지원을 제의한 것이며, 지원 품목도 이러한 기준에서 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구호물품에는 담요와 의류, 일용품 등 긴급 생필품과 의약품, 그리고 영양식과 라면 등이 포함돼 있으며, 금액으로는 50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4백70만 달러에 상당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북측은 지난해 9월 수해 당시에도 쌀과 시멘트, 굴착기 등을 지원해 달라고 남측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남측은 장비를 제외한 쌀과 시멘트, 그리고 의약품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고, 이같은 인도적 지원에 대한 대가로 북측은 남측 대승호 선원을 석방한 데 이어 10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대한적십자는 단둥을 통해 신의주 지역에 쌀 5천t과 컵라면 300만개, 시멘트 1만t과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시멘트 7천t이 아직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부와 협의해 나머지 시멘트는 회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