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신종독감 치료약 타미플루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한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신종독감이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남한사람으로부터 전염되었다고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북한이 한국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신종독감(신종플루의 북한식 표현)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받겠다고 응해 나섰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만에 남한의 의료지원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신종플루가 북쪽으로 확산될 경우, 의료시설이 낙후한 북한에서 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타미플루 지원을 신속하게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남측의 제의에 응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신종플루가 남한사람들로 부터 전염됐다는 선전을 하고 있다고 남한의 한 대북 방송이 10일 전했습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연대 대표의 말입니다.
“사실 개성공단을 통해서 들어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 우리 쪽에서는 철저하게 검역이나 이런 부분들이 개성공단이 아닌 지역에서도 충분하게 이루어져 있었고, 질병과 관련한 규칙이 굉장히 엄격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통해서 들어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책임을 남조선에 돌리려는 그런 하나의 전형적인 기만책에 불과한 것이지요.”
또, 북한에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치료제를 보낸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남한의 의료지원의 당위성을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도희윤 대표는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과거 유엔이나 한국으로부터 식량이나 의약품을 지원받을 때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전해오던 관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신종플루 선전이 사실이라면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로부터 비료와 쌀 그리고 의약품을 지원받을 때도 “장군님이 위대해서 남조선이 가져다 바치는 것”이라고 선전해왔습니다.
북한에서 의사로 있다가 한국에 나온 정선미(가명. 44세)씨의 말입니다.
“항상 전염병 있을 때마다 미제국주의자들의 고립 압살책동이고, 안으로부터 사회주의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균을 퍼뜨려서 들여보내서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의사들이 인민반에 나가서 선전할 때도 전염병 전투도 제국주의자들과의 투쟁과 똑 같다. 계속 이렇게 선전을 했어요.”
실제로 신종플루가 남한에서 전염되었다는 북한의 선전은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성공단에서 첫 신종플루 감염자가 나타난 것은 지난 11월 14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남측 관리직 직원 서모(32)씨가 개성공단 현지에서 발열 등 신종플루 증세를 보여 긴급히 남측으로 이송되었고,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직원 3명도 함께 내려왔지만, 감염 증세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한국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의 발열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열감지기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하고, 북한 근로자들까지 치료할 수 있는 1천명 분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하는 등 민감하게 대처해왔습니다.
이렇게 개성공단에서 신종플루 확산에 대처하는 동안 북한 내부에서도 신종독감은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조선중앙 통신이 9일 보건성의 통계를 들어 평양과 신의주에서 확진된 환자가 9명이라고 밝혔지만, 북한 내부 소식을 한국에 전하는 ‘좋은 벗들’은 “신의주 지역에서 신종플루 사망자가 40명이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선전이 사실이라면 신의주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감염자들은 모두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개성에서 전염되었다는 말이 됩니다.
교통 환경이 열악한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개성에서 신의주로 옮겨졌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익명을 요구한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단동의 현지인들은 중국에서 신종플루가 창궐하기 시작했던 지난 4월부터 북한 신의주 세관검역소에서는 발열 증상이 있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