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임의배분 식량만큼 대북지원 삭감”

식량지원 재개도 불투명

MC:

미국 의회는 북한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뒤 구호 요원의 감시없이 임의로 배분한 식량에 대해 해당 규모 만큼 향후 미국의 대북 지원을 자동 삭감토록 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대북 지원식량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배분 감시 거부에 대해 미국 의회가 강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는 국무부를 포함한 외교 분야의 내년도 지출 법안을 처리하면서 북한이 올해 미국에서 지원받은 식량 중 일부를 임의로 처분한 점을 문제삼고 이를 향후 미국의 대북 지원에 연계토록 규정했습니다.

미국 하원은 상원과 협의를 거쳐 10일 본회의를 통과한 2010 회계연도 국무부와 외교 분야 지출법안에서 “국무장관이 미국의 대북 지원 식량 중 북한 당국이 감시없이 임의로 배분한 식량 규모를 조사하라”고 명시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1일 입수한 법안에 따르면, 국무장관은 조사 내용을 법안 발효뒤 45일 이내에 상하원 세출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법안은 이어 “국무장관이 향후 대북 지원 과정에서 (북한이 임의로 배분한 식량의) 해당 금액 만큼 지원 규모를 삭감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법안은 대북 지원 삭감을 피하려면, 북한 당국이 애초 의도대로 적법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이 분배됐다는 사실을 국무장관이 확인한 뒤 이를 상하원 세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와함께 북한이 임의로 분배한 식량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국 정부에 상환할 경우에도 역시 대북 지원 삭감 규정의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고 법안은 밝혔습니다. 법안은 이 규정이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를 증진하는 활동과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혀 인도적 대북 지원은 일단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향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 대화 과정에서 고려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대북 경제적 지원, 특히 중유를 포함한 에너지 지원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의회 관계자는 “애초 상원 측 법안에는 ‘대북 에너지 관련 지원 규모를 감시없이 분배된 식량 만큼 삭감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하원과 협의 과정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지원으로 적용 범위가 늘어났다”고 밝혀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했습니다.

또 향후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도 간접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의회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법 조항은 북한의 임의적 식량 분배에 대해 미국 의회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비록 법안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예외로 했지만 앞으로 미국 의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정치적 의지(political will)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의회 관계자는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이 미국의 식량 분배와 감시 요원을 내쫓았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재개될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미국이 지원한 식량의 분배와 감시를 책임진 미국의 비정구기구 관계자가 모두 철수한 상태에서 사전 합의된 감시없이 임의로 식량 2만2천 톤을 분배한 바 있습니다.

10일 국방 관련 지출 법안을 제외한 6개 지출 법안과 함께 하원을 통과한 이번 법안은 빠르면 이번 주말 상원 표결을 거쳐 내주 초 법으로 확정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