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프닝):남북 간 관계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평가돼온 5.24 조치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이 곧 열릴 2차 남북 고위급 회의에서 해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두 차례에 걸쳐 '5.24 조치와 남북관계'에 관한 특집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5.24 조치의 도입 배경과 그 결과에 관해 짚어보겠습니다. 박정우 기자입니다.
앵커 (클로징): RFA 특집 보도, '5.24조치와 남북관계' 1편 '도입 배경과 그 결과'였습니다. 내일은 2편 '해제 전망과 그 영향'이 방송됩니다.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 도발입니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은 두 달전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침몰한 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남북 간 교류, 협력 전면 중단을 선언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입니다.
이 후 5.24 조치로 불리게 된, 이 남북 간 교류·협력 중단 선언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또 한국 국민의 북한 방문이 금지되고 영유아 지원 등을 제외한 대북지원사업이 보류됐으며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5.24 조치로 1990년대 중후반의 기근과 경제위기를 벗어나 상대적 안정을 찾아가던 북한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는 평가입니다.
북한이 2000년 이후 보여온 완만한 경제 회복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대외무역 확대였는데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의 3분의1을 차지했던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한국통일연구원 박형중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꽉 막혀버린 남북 간 교역 대신 중국과 교역 확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시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형중 소장: 남북 경협이 끊긴 이후로 북한이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을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북한이 남북 경협에서 본 손해를 중국에 대한 퍼내기식 지하자원 수출로 상쇄하려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북중 간 교역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석탄 등 지하자원 수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형중 소장: 북한 정권이 중기적으로 외화난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고, 북한 정권이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경제관계를 다변화하는 여러가지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
5.24 조치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큰 고통을 안겼습니다.
5.24 조치 이후 한국의 대북 위탁가공 업체와 일반 교역기업 수백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개성공단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남북 간 교역액(11억4천891만 달러)은 지난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북중 교역액(65억4천469만 달러)의 6분의1에 불과합니다.
남북 간 교역 재개를 주장해온 한국의 시민단체인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문맹열 위원장은 5.24 조치로 중국기업만 이득을 봤다고 지적합니다.
문맹열 위원장: 5.24 조치는 실제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24조치로 남북경협과 남북교역이 중단된 빈자리를 중국이 재빠르게 채우고 있으며, ….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담당 국장은 한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가 유엔의 대북 제재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메릴 전 국장은 특히 5.24조치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메릴 전 국장: 만약 한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더 끌어들이고 남북 통일에 대비해 두 경제 체제를 더 가깝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면 (5.24 조치는) 비생산적입니다.
5.24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 확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존 메릴 전 국장: 제재조치를 취할 때는 계속 그 영향을 평가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토대로 어느 시점에서 5.24 조치를 완화하거나 해제할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5.24 조치가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의 시장화를 촉진시킨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남북경협이 완전히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에서는 분명히 예상치 않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임 교수는 다만 북한 경제의 이같은 시장화가 5.24 조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데는 반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을출 교수: 이런 부분들이 남북경협과 결합이 돼서 이뤄졌더라면 북한 경제를 훨씬 빠르게 시장경제로 바꿀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보내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에 응하겠다고 답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간 교역 재개에 가장 큰 걸림돌인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들고 나오리라고 예상되는 배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