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모내기를 맞아 쌀을 탄알에 비유하면서 알곡생산 증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요, 그 배경에는 올 봄에 소비한 2호 창고 군량미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절박한 사정 때문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이 올해 농사에 진력하는 이유가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맞춰졌지만, 실은 부족한 군량미를 다시 채우는 데 큰 목적이 있다고 북한 주민들이 밝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주민은 "당에서는 우리나라(북한)에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2호 창고를 털었다고 했는데, 말이 핵무기지 이미 축낸 2호 창고를 채우지 못하면 설사 전쟁이 일어나도 며칠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군 간부들 입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월 전시동원태세를 명령하고, 2호 창고를 털어 군대는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도 배급을 주어 대량 아사는 일단 막았지만, 군관들은 여전히 1년 치 군량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포하면서 반미대결전에서 '배짱 있는 지도자'라는 위상을 올리긴 했지만, 춘궁기에 주민들이 대량 아사할 경우, 우상화에 흠집이 가기 때문에 군량미를 풀었다는 게 복수의 북한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군량미를 풀지 않았는가는 질문에 평안북도 주민은 "군관들조차도 핵을 보유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군대가 많고 대포와 장갑차가 많은 데 그걸 관리하자면 전시예비물자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이 쌀을 탄알에 비유하면서까지 농사에 진력하는 이유가 매년 100만톤 가량 모자라는 만성적인 식량난과 2호 창고까지 채워야 하는 절박감이 중복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올해 협동농장에서 분조관리제를 실시하고, 노동자들에게 농경지를 위임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군대도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평안북도 지방 주민들은 이미 8군단에서는 대규모 부업기지를 마련하고 산하 군인들을 인근 농장에 동원시켜 농사도 짓게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의 농업전문가들도 북한이 현 상태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자면 농업개혁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입니다.
권태진 선임연구위원: 북한 내부 농업종사자들도 다 알고 있는 내용도 그런 것입니다. 일단 분조규모를 대폭 축소해서 경쟁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지요.
하지만, 군인들과 노동자들까지 농사에 동원한다 해도 영농물자가 부족해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장세율 겨레얼 통일연대 대표의 말입니다.
장세율 대표: 공장·기업소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단위는 특급기업소나 1~2급 기업소밖에 없어요. 공장기업소들에 농경지를 떼어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할 수 없으니까요.
그는 현재 북한이 여러 단위에 토지이용권을 부여한다고 해서 절대 사적소유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도급제를 실시해서 자기 먹을 식량은 자기가 버는 체계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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