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국가은행들이 부실해지면서 개인들이 환전 업무와 송금 대행까지 해주고 있다는데요, 그 가운데 자금력을 갖춘 외화벌이 회사들은 은행 업무를 대행해주고 수입을 짭짤하게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국경지방에 상주하고 있는 외화벌이 회사들이 전국에 있는 돈 주들과 연계 하에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가족과 연락하고 있는 한 탈북자는 자신이 외화벌이 회사를 통해 부친 돈이 수백 리나 떨어진 함경남도 함흥시까지 순식간에 송금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탈북자: 지금은 북한에 개인이 하는 큰 은행이 엄청 많아요. 은행이라기보다는 회사들, 그러니까, 중국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계속 유지하더라고요.
그는 "일부 개인들이 송금 대행을 해주고 있지만, 그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이기 때문에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면서 "외화벌이 회사를 통하면 믿음도 가고 확실하다"고 신뢰를 보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양강도 혜산시에 상주하고 있는 무역회사들은 전국 각지에 돈거래 통로를 만들어 놓고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국경지방에서 타 지방으로 돈을 보낼 경우, 전화로 받아야 할 사람을 확인하고, 먼저 돈을 받았는지 확인한 다음 수령액과 그 수령액의 10%를 더해 외화벌이 회사에 전달하는 식입니다.
다시 탈북 여성의 말입니다.
탈북자: 내가 돈을 넘겼다고 하니까, 청진 쪽에 돈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돈을 얼마 보낼 테니까, 네가 먼저 줘라….그렇게 하는 식으로 돈을 보내더라고요.
또 외화벌이 회사들은 각 공장 기업소간 대금결제도 중개해주고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평양시의 A회사가 양강도의 B회사에 줘야 할 돈이 있으면 무역회사가 가운데서 이 회사들로부터 물건이나 대금을 결제해주고 가운데서 수수료를 챙기는 식입니다.
외환거래를 담당해온 조선무역은행이 부실해지자, 자금력을 갖춘 외화벌이 회사들이 은행업무까지 대신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에서 조선중앙은행은 북한의 내화 돈을 취급하고, 조선무역은행은 외화취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발행한 돈이 대부분 개인들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조선중앙은행도 이름뿐이고, 사실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흥시가 고향인 미국에 사는 또 다른 탈북 남성은 "자기네 지방에 양씨 성을 가진 사람은 한 번에 수백만 원씩 움직일 수 있었지만, 국가은행에는 돈 몇 십만 원이 없어 은행직원들이 농촌동원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이 외화벌이 기관들은 시장원리대로 돈의 흐름을 알기 때문에 북한이 변하면 언제든지 상업은행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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