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당국이 남한상품 유입을 막는 과정에서 한글 표시가 있는 중국산 상품까지 무조건 통관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세관이 남한상품의 통관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한글 표기가 있는 중국산 상품마저 통관을 금지하고 있어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상품의 포장지나 용기에 한글이 단 몇 자만 있어도 무조건 남한 상품이라고 몰아붙이며 통관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중에는 조선족 소비자들을 고려해 상품명과 설명서 등에 한자와 한글을 함께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국 변경도시에는 이런 상품들이 대량 유통되고 있는데 이런 상품들까지 북한세관이 통관을 불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단둥의 해관 근처에서 북한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조선족 김 모씨는 “이 같은 북한당국의 심술에 가까운 횡포 때문에 보따리 장사꾼들이 한글이 적혀있는 상품의 포장을 바꾸느라고 북새통을 벌리고(벌이고)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하루에도 수백 상자씩 북한으로 나가는 사과와 맥주 등을 포장 바꾸기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단둥의 ‘압록강 맥주’ 회사는 최근 맥주병에 붙인 상표와 맥주 상자에 “야루쟝피조우(鴨綠江啤酒)”라고 표기한 다음 바로 밑에 한글로 “압록강 맥주”라고 함께 표기하던 것을 최근 들어 한글은 아예 없애 버렸습니다.
트럭 운전사들이 하루에 수십 개씩 구입해 가는 생일 케이크에도 ‘축 생일!’이라고 한글로 표기하던 것을 최근엔 한자 ‘祝 生日!’로 바꿔서 들여가고 있다고 단둥의 현지소식통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다시다, 튀김가루, 부침가루 등 남한 식품들은 모조리 아무런 글씨가 없는 포장 용기에 내용물을 옮겨 담아 간신히 들여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중국 단둥에서 남한상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선족 이모 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래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때도 없었다”며 “2009년 11월 북한의 화폐개혁 직후의 불경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중국인들에게도 인기 높은 남한의 ‘쿠쿠 전기밥솥’은 상품명에 한글이 아닌 영문(CUCKOO)으로 표기 되었다는 이유로 남한상품인줄 알면서도 통관시켜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올 여름부터 시작된 북한의 한글 표기 상품 통관 불허조치는 시간이 가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누그러지기는커녕 점차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어 중국상인들과 북한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