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뇌물 공화국으로 불릴만큼 뇌물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북한에서 간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뇌물은 물품 보다는 현금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주민들이 간부들에 뇌물을 고일 때 물품보다는 현금을 건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소식입니다. 과거에는 물품을 건네는 일도 비일비재 했으나 요즘에는 간부들이 현금 뇌물을 선호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주민 소식통은 “10호 초소를 통과할 때나 열차 보안원에 담배 한 막대기(포 또는 보루) 건네며 잘 봐달라고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 “현금이 아니면 뇌물의 약발(효과)이 잘 받지 않는다”고 북한사회의 변화된 뇌물 행태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다보니 뇌물의 액수가 높아져 그만큼 주민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예를 들어 담배 한 막대기에 해당하는 현금은 뇌물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하기 때문에 현금으로 바치자면 액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뇌물을 받는 입장에서도 물품 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최근엔 말단 관리들까지 현금이 아니면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사회에서 뇌물의 행태가 바뀌게 된 가장 주된 이유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난 후 빠르게 진전된 장마당 경제의 활성화”를 꼽았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중국 인민폐나 달러화가 주로 통용되는 탓에 뇌물도 중국 인민폐나 달러화로 바쳐야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김정일 정권 때까지만 해도 “돈이 있어도 물건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북한의 사정상 물품 뇌물도 (간부들이) 좋아했지만 이제는 돈만 있으면 물건은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을 선호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평양 주민 소식통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 특히 남한의 영상물들이 북한의 뇌물수수 관행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뇌물 수수 장면은 거의가 다 현금을 주고 받지 담배나 술을 뇌물로 주는 촌스러운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북한의 간부들이 볼 때 남한의 뇌물수수 행위가 훨씬 세련되고 안전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 무역일꾼들도 연말 총화 등으로 귀국할 때 예전처럼 간부들에게 고일 물건을 사느라고 부산을 떠는 일이 크게 줄었다”면서 “이제는 주로 현금으로 (뇌물을) 건네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