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북한 접경 도시에 때아닌 ‘밀가루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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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접경도시인 중국 단동과 연길 등지에 밀가루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밀가루를 싹쓸이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조선족 사업가 오 모 씨는 “단동이나 연길 등지에 때 아닌 밀가루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했습니다. 오 씨는 밀가루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데, 이런 품귀 현상은 조선에서 밀가루를 대량으로 구매해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밀가루 품귀 현상은 연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길에서 밀가루 도매상을 하고 있는 조선족 박 모 씨는 자유아시아 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에서 중국 밀가루를 일 년 내내 꾸준히 구입해 가기는 하지만, 특히 이달 들어 밀가루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톤당 2천800위안 정도에 거래되던 밀가루 최상품이 9월 들어 3천200위안까지 올랐고 수요가 많은 중저가 밀가루는 물량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조선 대방으로부터 밀가루 주문을 받은 업자들은 북측에서 주로 찾는 중저가 밀가루를 구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북측에서 이렇게 밀가루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북한 출신 화교 류 모씨는 “중국 당국이 쌀 수출을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쌀 대신 밀가루를 수입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금까지 쌀을 사 먹던 사람들은 비싼 쌀 대신에 밀가루를 대체 식량으로 소비하는 탓으로 보인다” 고 말했습니다.

류 씨는 특히 “이번에 물난리를 겪은 수재민들이 국수를 많이 만들어 먹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밀가루 국수를 해먹으면 다른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조선에서 매우 선호하는 식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사업차 평양을 다녀온 중국의 조선족 사업가 김 모 씨는 “평양 시내의 많은 식당에서 조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 국수였다”면서 “밥 종류보다 가격이 저렴한 국수를 손님들이 많이 찾는 탓에 식당에서도 밀가루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달 들어 북한에서 밀가루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당 대표자회와 연관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양 주민 조 모 씨(화교)는 “전국에서 올라온 당 대표자회의 참석자들에게 제공할 식사로 부족한 쌀 대신에 준비하기 편하고 좋은 국수를 택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 때문에 이달 들어 갑자기 밀가루 수요가 늘어난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습니다.

실제로 밀가루는 올해 상반기 북-중 무역에서 크게 증가세를 보인 품목 중 하나입니다. 중국 해관의 2010년 1월부터 5월, 상반기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8만 9천 톤이었던 북한의 밀가루 수입량이 올해는 34만 톤으로 급증해 300% 가까운 신장세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