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서 초코파이 몰아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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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들어 북측이 북한판 초코파이인 '경단설기'를 개성공단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색바람 차단과 돈벌이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에게 인기가 높았던 남한의 초코파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북한판 초코파이인 ‘경단설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북측이 근로자들의 간식으로 북한 제품을 써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올해 3~4월부터 북한 제품이 납품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측이 남측에 구매를 요구한 북한 물품 중에는 닭고기 즉석국수도 포함됐습니다. 남측의 라면을 대체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지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11일 이른바 ‘황색바람’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진향 교수: 매달 500~600만개씩 보급되는 초코파이의 영향력, 실제로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개성공단 인근 지역에 풀리는 그 시장성을 생각한다면, 남측 대한민국의 상표가 그대로 통용되는 영향을 간과하지 못할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진원지가 개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취해진 조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색바람을 차단하려는 의도에 덧붙여, 돈벌이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측은 나름의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체 생산한 상품을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점도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를 몰아낸 이유로 추정된다고 김진향 교수는 설명합니다.

북측은 현재 각급 기업소가 부속품과 재료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고 완성품을 직접 시장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챙기는 생산 방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판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으로도 눈을 돌린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김진향 교수: 각급 기업소 차원에서 물품을 스스로 소비하고 스스로 팔아야 하는 요구가 있습니다. 북측의 인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만들고 있는 각종 소비재 제품이 어느 단위에선가는 소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 소비를 개성공단에서 시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초코파이는 북측 근로자가 출근할 때 2개씩, 연장 근무에 들어가면 다시 2~3개씩 간식으로 지급됐습니다. 따라서 “근로자 한 명이 한 달 동안 받는 초코파이는 최소 100개가 넘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합니다.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가 5만3천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으로 유입되는 초코파이는 적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초코파이 등의 간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계산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달 최소 미화로 300만 달러 가량은 된다고 개성공단 관계자는 말합니다.

북측은 이를 경단설기 등 북한에서 만든 먹거리로 대체해 황색바람을 막음과 동시에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한다는 뜻입니다.

한편,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의 속살”과 “북측 근로자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 ‘개성공단 사람들’을 6월초 출간했습니다. 김 교수는 “남측 124개 기업과 북측 5만3천여명의 근로자들이 날마다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측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경제협력을 목적으로 2003년 6월 30일 개성시 일대에 착공한 북한 내 경제특구입니다.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개성까지 거리는 8㎞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