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시가 밀수 북 외교관 추방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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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브라질 당국이 지난달 쿠바산 고급 시가를 대량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북한 외교관 2명에 대해 본국 추방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불법 밀수 악취가 풍기는 쿠바산 시가’, ‘외교 행낭에 담긴 의심스런 물품’.

브라질 일간지 ‘코레이오 브라질렌스’에 최근 (11월15일자) 실린, 북한 외교관의 쿠바산 시가 밀반입과 관련한 심층 기획기사의 제목입니다.

신문은 1면과 경제면은 물론 칼럼을 통해 브라질리아 대사관과 상파울루 무역대표부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 만연한 밀수 관행을 폭로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본국 정부에 상납해야 하는 소위 ‘충성자금’ 마련과 한 달 평균 500 달러에 불과한 낮은 급여 탓에 외교업무는 내팽개치고 밀수에 열심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주로 항공편으로 파나마를 경유해 쿠바로 들어가 고급 시가를 대량 구매한 뒤 당일 곧바로 되돌아 나오는데 일주일에 두 차례나 쿠바를 오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문은 북한 외교관들의 쿠바 출장이 너무 잦고 귀국때마다 여러 개의 대형 짐가방에 고급 시가를 채워오자 브라질 세관당국이 수개월 전부터 감시를 강화했다고 전했습니다.

호세 카를로스 데 아라우즈 브라질 국세청 통관국장은 “북한 외교관들의 잦은 쿠바 방문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브라질 세관당국은 지난 9월27일 상파울루 주 캄피나스 시 비라코푸스 공항에서 쿠바산 시가 3천800개비를 몰래 숨겨 들여오려던 북한 외교관 2명을 적발했습니다.

상파울루 무역대표부 소속 3등 서기관인 이금철, 이명승으로 알려진 이들은 쿠바에서 받은 외교행낭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가방을 검색당한 뒤 시가는 전량 압수당했습니다.

아라우즈 국장은 신문에 “북한 외교관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브라질 정부가 해당 외교관들을 본국으로 추방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 세관 고위관리가 비록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밀수 행위에 가담한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추방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브라질 당국이 북한 외교관 사이에 만연한 밀수 행위를 그만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 결과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