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롱 속’ 현금 끌어내기 전자카드 사용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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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현금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전자결제 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과 나선 지방 사정에 밝은 한 북한 상인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중앙은행이 지난해부터 전자결제카드인 전성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며 “이미 평양과 함흥 등에 있는 국영상점과 백화점, 여관에서는 이 카드가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 : 국가에서 발급한 카드는 조선중앙 어느 은행에서나 다 사용할 수 있다 그 소리지요. 나진에 와서 카드를 긁게 되면 이 사람 카드에 얼마나 잔고가 있는가에 따라서….

소식통에 따르면 전성 카드는 계좌에 들어 있는 예금의 한도에 따라 쓸 수 있는 직불카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 조선무역은행은 외화카드인 나래를 출시했고, 2011년에는 고려은행이 고려카드를, 이어 나선경제특구 내 황금의 삼각주은행도 선봉카드를 발급하는 등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이러한 카드를 쓰는 고객은 주로 노동당 간부들과 보위부 보안부 등 권력기관 종사자들과 무역회사 일꾼들로 제한된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지갑에 카드를 서너 개씩 넣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현금카드는 현재 각 은행과 체신국 등에서 신상정보를 제출하고 계좌를 만드는 식으로 발급받을 수 있으며, 현금 송금과 대금지불 등 일반 은행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현금을 가지고 다닐 경우 도난 위험과 휴대에 문제가 되었지만, 지금은 간편한 카드 이용 덕분에 현금카드는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 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현재 북한 은행당국은 “돈의 출처를 따지지 않겠으니 카드를 널리 사용하라”고 주민들에게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자카드는 일반 시장 주민들 속에서는 여전히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선과 국경지방을 왕래하는 중국 무역상인은 “일단 카드를 발급받자면, 체신국이나 은행에 가서 자신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상인들은 꺼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명 ‘지하경제’라고 하는 장마당에서 돈을 모은 주민들은 ‘수입 대 지출’을 따지는 북한 감시당국에 자신의 정보와 재산규모를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북한이 전자 현금카드를 출시하고 은행 업무를 개선하는 등 주민들의 ‘장롱 속’ 현금자산을 끌어내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성공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