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애물단지가 된 CNC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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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치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컴퓨터수치제어기술', 일명 'CNC화' 공정이 정작 생산현장에선 찬밥 신세가 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조작이 어려운데다 잦은 정전으로 인한 프로그램 파괴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첨단을 돌파하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009년 북한의 후계자로 등장하며 내 놓은 구호입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며 금속공업과 경공업공정의 ‘CNC화’를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그동안 기술혁신을 통해 ‘연하기계’와 ‘희천공작기계’ 공장들에서 생산된 수준 높은 CNC 설비들은 해외에 수출까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CNC 설비와 자동화 공정들이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에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최근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CNC화라는 말은 많이 하는데 실제 CNC가 성공한 공장이 어디에 있는가?”고 반문하며 “본보기로 꾸려진 ‘라남탄광기계공장’ 조차도 CNC 공정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적을 만들기 위해 2010년 ‘라남탄광기계공장’ 제3직장(주강직장)의 CNC 공정화를 본보기로 완성했고 이후 여러 공장기업소를 CNC 공정화하고 많은 공작기계들도 ‘수치조종반’으로 교체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소식통은 CNC화를 하자면 전기와 전력(주파수)이 정상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오류가 나고 외국산 부품들이 고장을 일으켜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이용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력문제로 하여 ‘라남탄광기계공장’의 CNC 공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며 CNC 공정을 도입한 다른 공장기업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은 “혜산 ‘5.8 임업기계’공장 생필직장에도 CNC 공작기계 3대가 있다”며 “그러나 모두 고장이 나서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NC 공작기계를 다루려면 선반을 다루는 기술과 컴퓨터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하는데 선반공들 대부분이 컴퓨터를 만져 보지도 못한 사람들인데다 잦은 정전으로 인해 설비들 마저도 모두 고장 나 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청진화학섬유공장의 사례를 들며 “생산 전체를 관리하는 CNC 공정은 평양자동화공장에서 완공한 것인데 잔고장이 많아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력사정이 나쁜데다 고장이 나도 수리가 쉽지 않은 CNC화는 우리(북한)의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