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서 중고 노트컴 대량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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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굴지의 외화벌이 무역회사들이 중국으로부터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기관이 주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형 무역기관들이 중국에서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경쟁적으로 들여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해관 근처의 노트컴 전문매장들에서 북한 고객들에 판매하고 있는 중고 노트북은 대부분이 일본과 미국 제품입니다. 자판에 영문자와 함께 가타카나와 히라카나가 새겨진 일본 제품 이거나 영문자만 새겨진 미국제품(DELL & HP)들로 중국산이나 한국제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제품은 자판에 한글 자모가 있어 편리하지만 북한당국이 구매와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으며 중국제품은 주민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둥해관 부근의 한 중고컴퓨터 매장 주인은 “요즘에는 소매로 나가는 중고 노트컴은 별로 없고 조선의 대형 무역회사들이 주로 피발(도매)로 구입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중고제품 가격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0달러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매장주인은 이어서 “이들 중고 노트컴들은 북한의 주민들에게는 외화로만 거래되고 있으며 소매가격은 300달러 정도”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운송비 등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북한 대형무역회사들이 주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가게주인은 덧붙였습니다.

중고컴퓨터 장사가 큰 돈벌이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북-중 보따리 장사꾼들(주로 화교)은 중고컴퓨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는 평양거주 화교 조 모씨는 “중고 노트컴 장사가 매우 수지맞는 장사이지만, 컴퓨터를 들여가자면 세관에서 내장된 정보를 검사한다며 4~5시간씩 사람을 붙잡아두기 때문에 개인 장사꾼들은 아예 들여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내 자식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도 북한에서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당국이 국가 무역회사들의 외화벌이 장사를 돕기 위해 보따리 상인들에 대한 까다로운 통관절차를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한편 중국의 컴퓨터전문 매장 주인들이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북한과의 거래에서 그간 관행처럼 지켜왔던 외상거래를 일체 사절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최대 무역회사의 하나인 승리무역과 거래하던 중국 무역회사들이 무역대금을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국의 업자들이 잔뜩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