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0)가 7일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약 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그러나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이나 북한의 농업 실태를 잘 아는 탈북자들은 이와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보라 기자의 보도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0)는 7일 `곡물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4.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의 예상 수확량은 440만 톤으로, 지난해의 420만 톤보다 20만 톤 늘어난 수치입니다. 곡종별로는 쌀이 작년 240만 톤에서 250만 톤으로, 밀 10만 톤에서 20만 톤으로, 이외 보리와 옥수수, 콩 등의 잡곡의 경우 총 170만 톤에서 18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북한의 올해 수확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3일 착수한 북한의 '작황과 식량안보 평가(Crop and Food Security Assessment)'를 마친 후에야 발표되겠지만,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부원장도 올해 북한의 수확량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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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부원장
] 많은 경우 북한에 여름철 홍수 피해가 아주 심하다고 하는데요. 이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얘기고 전체적으로 보면 작년보다는 낫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9월 기상은 작년과 비교하면 굉장히 좋았습니다. 벼의 경우 알이 차서 여무는 시기가 이때인데 9월 날씨가 좋아 벼 수확은 확실히 나을 거라 봅니다. 옥수수의 경우 비료에 굉장히 민감한 작물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비료를 많이 줬기 때문에 기상여건은 다소 나빴지만 옥수수 수확은 작년과 비슷하든지 약간 좋을 것으로 봅니다.
권 부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7월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온 화학비료의 수입 증대가 올해 작황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해관통계를 근거로 한국무역협회(KIT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북한이 수입한 비료는 총 16만 톤(160,397톤)으로, 올해 상반기 수입량에 비해 80%나 많았습니다.
또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입량(35만 톤)은 작년 한 해 동안의 수입량(28만 7천 톤) 보다도 많았는데, 이처럼 유독 7월의 비료 수입량이 증가한 것은 중국의 국내 비료 소모가 적어지고 비료 수출관세가 떨어지는 때가 7월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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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부원장
] 작년에는 비료를 많이 수입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이 수입했습니다. 재작년에는 북한이 연중 비료 수입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7월의 수입 비료는 지난해 이모작에 영향을 미치지만 아껴 썼을 경우 금년도 농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다녀 온 북한 주민이나 북한에서 농사를 지었던 탈북자는 올해 북한의 작물 수확량 증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9월 중국의 친척을 방문한 한 북한 주민은 중국 쪽 논밭엔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조선 쪽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면서, 북한에서는 논밭에 잡초가 너무 많아 잡초 속에서 벼 이삭을 골라야 할 형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농사를 지어 현지 실태를 잘 아는 워싱턴의 한 탈북자도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 증가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그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북한의 곡창지대로 잘 알려진 황해남도 연단과 청단 지역에 여름철 홍수로 상당수 논밭이 물에 잠겼고, 이로 인해 4군단 군대의 군량미 마련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곡물 수확량은 북한 정부가 제공하는 수치에 근거한 집계로, 이는 실제 수확량이나 북한 주민이 직접 느끼는 체감 수확량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