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내부에 손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개인들끼리 돈거래를 대행해주는 돈주들 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수단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얼마 전 함경북도 국경지방에 사는 정향란(가명)씨는 "손전화가 많이 퍼지면서 그걸 통해 지금은 돈도 얼마든지 전국의 큰 도시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정 씨에 따르면 국경경비대에 근무하는 한 군인은 밀수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게 되자, 곧바로 가족에게 손전화를 사주었고, 정상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면서 "매달 돈도 부쳐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국경경비대원이 미화 1천 달러를 가족에게 보낼 경우, 약 3~10%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를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들끼리 이뤄지는 송금방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문의하자, 정 씨는 예를 들어 청진에 있는 사람이 평양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보낼 경우, 먼저 청진의 돈 주 A씨(갑)를 찾아가 송금 규모와 받을 사람의 주소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청진의 돈 주 A씨는 평양에 있는 돈 주 B에게 연락을 하고 해당 사항을 전달하면 B씨(을)는 해당 수신자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정씨는 이 과정에 수수료가 발생한다면서 개인들끼리 돈 거래를 하기 때문에 수수료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이러한 송금방식은 처음 중국 화교들이 조선중앙은행을 거치지 않고 친척들끼리 돈을 전달하면서 시작됐지만, 2000년대를 거쳐 큰돈을 모은 신흥 돈 주들이 나타나면서 북한 전역에 정착시켰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 손전화가 급증하면서 개인 간 송금 대행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특히 신흥 돈주들이 집결되어 있는 평양시와 평성시, 남포시 일대의 환전 상인들은 신의주와 혜산시, 청진시 등 국경일대의 돈 주들과 네트워크(연결망)를 형성하고 서로 송금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달러나 위안화로 거래하고 있으며, 거래 과정에 위조지폐가 나타나면 출처가 분명하기 때문에 개인들이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개인들끼리 돈 거래는 신용이 우선이기 때문에 돈을 보내는 사람들도 수신자가 돈을 받았다는 목소리를 먼저 확인하고서야 전액을 송금자에게 건네주는데, 돈 주들도 신용을 쌓아야 앞으로 이러한 거래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정씨는 덧붙였습니다.
얼마 전 북한가족에게 돈을 송금했다는 한국의 탈북자 장 씨도 이러한 송금 대행이 북한 내부에서 활성화 됐음을 강조했습니다.
탈북자 장씨: 지금 웬만한 집에 집전화가 다 있고 핸드폰도 다 있어요. 일단 돈을 부치자고 하니까, 당연히 수수료를 달라고 하지요. 며칠 전에 혜산에서 청진으로 송금해보니까, 수수료가 지금 10%에요.
장 씨는 "이러한 송금 대행은 평양과 남포 등 큰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그렇다고 일부 지방까지 다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손전화를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 주요한 장사 수단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