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주민들도 봄철을 맞아 명승지 관광을 적지 않게 다닌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전기가 턱없이 부족해 천연동굴을 관광할 때는 조명용 디젤유까지 가져간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하의 금강산'이라고 자랑하는 최대 석회동굴인 평안북도 용문대굴 관광이 심각한 전력난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용문대굴을 다녀왔다는 한 평양주민은 "동굴 안의 굴젖들과 폭포 등 자연경관을 구경하려면 디젤유 20리터를 가져오라는 관리소 측의 요구에 따라 디젤유를 가지고 가서 구경할 수 있었다"고 최근 북한의 일반 관광실태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농사가 시작되기 전인 3월과 4월이 관광기간으로 정해지면서 중앙기관,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로 버스를 준비해가지고 평양에서 약 300리 떨어진 용문대굴과 묘향산 등을 당일치기로 관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용문대굴 관리소 측에서는 전기가 모자라 운영에 애를 먹고 있어, 관광지를 구경하려는 단체들에 "굴젖을 구경하려면 기름을 가지고 오라"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용문대굴은 석회암 동굴로, 조명이 적절하게 비쳐줘야 천태만상의 돌고드름을 황홀하게 볼 수 있다"며, "정전이 되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암흑천지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주민에 따르면 북한은 용문대굴을 위한 비상 전기선을 따로 쓰고 있지만, 정전이 반복되면서 그 대안으로 자체 디젤발전기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치솟는 기름가격 때문에 관광소에서는 자체로 디젤유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관광객들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겁니다.
용문대굴은 약4억 8천만 년 전에 형성된 최대 석회암 동굴로, 동굴 안에는 백화동과 광명동을 비롯해 여러 갈래의 길이 있으며 9층 돌폭포와 총창모양의 돌꽃숲 등으로 이루어진 명소들이 다소 있습니다.
이 동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6년 3월 처음 다녀간 뒤, 민간에 개방됐고 1999년부터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유치하면서 국제적인 관광지로 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이 줄어들고 민간을 통한 관광수익도 충분치 않아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식량배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곳을 경험했던 또 다른 탈북자는 "용문대굴 일대의 산림이 형편없이 황폐화 되었다"면서 "용문대굴 주변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나무가 약간 있을 뿐, 주변 산림은 대부분 벌거숭이로 전락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대기근 때 산림이 무차별적으로 도벌된 이후 아직도 산림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 이곳을 관광하는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이 얼마나 지 독했는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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