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뭄 속 농사에 북한 주민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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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년에 보기 드문 지독한 가뭄이 북한 전역을 휩쓸면서 올해 농사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도 "밥숟가락 드는 사람은 모두 농사에 동원되라"고 촉구하고 있는데요, 정영기자가 북한 내부 동향을 전합니다.

왕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 농촌벌로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며칠 전에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소식통은 "지난 7일 신의주 의학대학과 공업대학 등 도내 대학들이 전부 농촌전투에 투입됐다"고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대학생들이 동원된 지방은 용천군과 선천군, 운전군 등 대부분 벼농사를 짓는 벌방지역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가뭄이 지독하게 계속되면서 간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당에서는 '밥숟갈 드는 사람은 모조리 동원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평안북도당과 도인민위원회 등 도급기관들에서는 '영농상무조'를 조직해 도내 각 농촌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올해 농사에 사활을 거는 것과 관련해 소식통은 가물로 인해 논농사 면적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체 농법을 도입하는 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자 사설에서 가뭄 속에서의 '물절약 영농방법'이라는 것을 소개하면서 전체 농경지의 60%를 "마른 논 상태에서 땅을 파고 모를 낸 후 포기 포기에 물을 주면서 모내기를 하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벌방지역으로 대거 투입된 것도 대부분 저수지가 말라버려 밭벼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물을 확보하는 데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한편, 5월초에 남포시에서 국경지방으로 여행 왔던 한 주민 소식통도 북한이 지난해부터 포전관리제를 전면 실시했냐는 질문에 대해 "포전관리제를 전면 실시했다는 주장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강냉이와 밀, 감자밭 위주의 토지만 포전담당제를 도입했을 뿐 논밭은 여전히 국가가 확실히 틀어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포 주민은 "군량미와 평양시민 배급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황해도 재령벌과 연백벌, 평안남도의 열두삼천리벌, 평안북도의 용천벌 등은 협동농장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전국의 대학생들과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벌방지방에 대거 동원된 것도 내년도 평양시민에게 줄 배급용 쌀 생산과 군량미 생산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입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주요매체들은 최근 농사의 절박성을 강조하면서 "식량해결문제는 단순한 실무사업이 아니라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을 지키는 치열한 계급투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