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뭄으로 식량난 우려”

0:00 / 0:00

앵커: 북한에서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1년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북측 언론 매체는 평가했습니다. 가뭄으로 인해 식량난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에 있는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북한 식량 수급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가뭄 피해로 인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최대 21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북측에서는 올 들어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에 확인한 결과, 남포시와 평안남북도, 그리고 황해북도의 경우, 최근 강수량이 10mm 미만인 지역이 많았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은 북측 방송의 보도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가뭄을 극복하고 큰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방송을 6분 30초 가량 편성해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북측 방송: 이것은 2001년 이후 가장 심한 가물(가뭄)로 된다.

2001년 당시 북측의 곡물 생산량은 전년대비 15.3% 줄어들었습니다. 올해도 가뭄이 지속돼 15% 가량의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이로 인한 식량 부족분은 최대 210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왜냐면 현재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는 식량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뭄으로 인해 국내 생산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대외 조달분이 줄어들어서 총공급량이 줄어든 부분이 식량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2001년의 경우, 북한은 236만톤 가량의 식량을 해외에서 조달했지만, 올해 대외 조달분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대략 30만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인해 해외로부터 식량 조달이 힘든 상황이어서 올해 식량 생산량이 자연재해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 경우 북한 주민들이 겪게 될 식량난은 2001년 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올 한해 농사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작황이 어찌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복수의 소식통들도 올해 농사를 비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강냉이를 비롯한 밭농사는 피해를 봤지만 아직 논농사는 잘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한, 비가 많이 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용 수로의 물이 마를 정도는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신년 사설에서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정한 북측 지도부가 상반기 내내 이어진 가뭄을 극복하고 지난해 만큼의 풍작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