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북한 곡창지대도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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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 닥친 왕가물(대가뭄)로 대표적인 곡창 지대로 알려진 황해도와 평안남북도 벌방지대 농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얼마 전 황해남북도 일대를 다녀왔다는 한 북한 주민은 "곡창지대로 소문난 재령벌과 연백벌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면서 "바케츠로 물을 날라다 논바닥을 적셔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이 지방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모내기 때부터 애를 먹었다"면서 "이곳 벌방 지대의 젖줄기로 알려진 례성강의 강바닥이 드러나 관개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일대는 봄과 여름에 중학교 학생들과 군인들을 동원해 아침저녁 물주기를 했는데, 일부 가뭄이 심한 포전의 논바닥은 갈라터지고 벼가 말라 죽었다는 설명입니다.

평안남북도 일대의 농촌 벌도 둘러봤다는 이 소식통은 "열두삼천리 벌에도 비가 오지 않아 논바닥이 드러났는데, 그나마 달린 벼이삭을 손으로 비비면 실속이 없는 쭉정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7월 8월은 장마철이라 비가 좀 올 줄 알았는데, 여전히 가물어 올해 농사가 망했다며 손을 털고 나앉은 농민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농사를 주타격 방향으로 정하고 전국민을 농사에 동원시켰습니다.

특히 농민들의 개인농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첫해 농사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김정은 우상화에도 심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농사작황이 암울해지자, 벌써부터 장마당에서는 쌀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시 장마당에서는 현재 쌀값이 키로 그램당 6천 200~6천 700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쌀 1㎏당 가격이 4천 원대로 떨어졌던 올해 1월 보다는 약 1천 5백 원가량 오른 시세입니다.

수도미의 대부분을 전담해온 황해도 곡창지대 농사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앞으로 평양시 배급과 군량미 장만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최근 연락이 된 한 평양주민도 "요즘 직장에서 옥수수를 조금씩 내주고 있는데, 그나마 절반나마 뜬 냄새가 나는 강냉이(옥수수)"라고 수도미 공급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벌써부터 쌀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내년도 초봄에는 얼마까지 뛸지 알 수 없다"며, "돈이 좀 있는 주민들 속에서는 벌써부터 식량을 사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를 비롯한 북부지방에서는 감자농사가 괜찮게 되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자강도와 평안북도 산간지방에서는 "강냉이 농사도 전망이 썩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