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세계식량기구(WFP) 등이 내년 봄 북한에 식량난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가뭄 피해가 있더라도 식량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왕가물(왕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유엔을 비롯해 러시아와 이란 등 여러 나라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가뭄 장기화로 수인성 질병이 퍼지고 있어 의약품 지원까지 긴급 요청했습니다.
가뭄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북한은 현재 가뭄 실태조사도 허용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식량농업기구(FAO),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황해도 가뭄 상황을 둘러봤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남한 정부에는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가 북한의 가뭄 극복을 위해 도와줄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했는데도 말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장관께서 여러 번 가뭄 등 자연재해에 대해서 북한에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입장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통일부가 주최한 행사에서는 단순한 가뭄 지원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북한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남한 정부의 이런 대화 제의에도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는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중국도 과거처럼 기댈 수 없어 당분간 유엔기구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권태진 동북아연구원장 : 8월 15일쯤 되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알 수가 있습니다. 가을 수확량을 거의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시점에 가을 작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래서 외부로부터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한국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선전하는 것처럼 가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외부에서 식량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가뭄과 흉작으로 식량난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기 위해 피해 상황을 부풀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