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교육설비 부담 학부모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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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학교에 첨단교육 설비를 갖추라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북한의 각급 학교들은 첨단 교육자재와 설비를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교육설비 구입비용이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 합니다.

올해 들어 북한 학부모들의 자녀교육비 부담이 크게 증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 주민 소식통은 “교육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원수님 때문에 요즘 학부모들의 허리가 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첨단 교육기법을 활용해 교육을 시행하라”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교육 기자재를 마련해야 하는 각급 학교들이 기자재 구입 비용을 모두 학부모들에게 전가 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올해에 초급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두고 있다는 이 주민 소식통은 “아들이 입학한 후 지난달(4월)에 교육 기자재 구입비로 (북한 돈)30만 원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에서는 무조건 각 학교에 지시만 내리고 예산은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또 “이처럼 학부모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평양의 경우 거의 모든 학교에서 영사 등(OHP)을 이용한 수업 방식이 이루어지고 있고 현미경을 비롯한 과학 실험실습용 기자재도 많이 확보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교육 기자재 구입 경쟁은 지방의 학교들에서도 벌어지고 있지만 지방 학부모들은 생활수준이 낮아 자재구입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지방의 일부 학부모들은 생활고를 이유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어 교사들과 학교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함경북도 주민소식통은 “교육 기자재 비용을 낼만한 형편이 안 되는 사람 중에는 배 째라는 식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엔 거꾸로 담임 선생과 학교장이 학부모를 찾아가 학생을 학교에 보내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이 많으면 그 책임을 담임선생과 학교장에게 묻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일반학교에 비해 더 우수한 교육 설비를 갖추어야 하는 수재학교(1고중)의 경우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부 잘해서 군대를 가지 않고 직통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수재학교 학생들 중에는 턱없이 높은 교육비 부담에 차라리 일반학교로 전학 가는 경우도 있다”고 앞서의 함경북도 주민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