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 농사형편 두고 우스갯말 유행

0:00 / 0:00

앵커 : 북한 주민들속에서 올해 농사형편을 함축해서 오가는 우스갯말이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곡작물의 예상수확고에 따라 상벌을 주자는 식의 우스갯말인데 그나마 올해 농사가 잘 되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리는 징역, 감자는 노동단련대 처벌, 벼는 사상투쟁 대상인 반면 메주콩은 표창장감이고 강냉이에게는 최고의 영예인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한다, 이것이 올해 농사형편을 두고 북한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우스갯말이라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알곡 작물별로 ‘국가생산계획’과 ‘예상수확량’을 비교해 표창과 처벌을 준다는 내용의 우스갯말인데, 이러한 소식을 전한 북한내부 소식통들은 “그래도 그런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면 올해 농사가 생각보다 아주 잘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소식통은 “올해 농사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잘 됐다는 점은 농민들이나 농업간부들 모두 인정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만큼 대풍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비록 농사는 잘 됐지만 지역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민들에게 정상적인 배급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수확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농사작황대로라면 내년엔 식량난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리는 징역, 감자는 노동단련대, 벼는 사상투쟁 대상”이라는 우스갯말이 돌고 있는데 대해 소식통들은 “턱없이 높은 ‘국가알곡생산계획’ 때문에 생긴 농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은 “애초 보리는 국가생산계획이 정보당 8톤”이라며 “하지만 농민들은 정보당 3톤만 수확해도 잘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감자 또한 정보당 국가생산계획이 48톤인데 농민들은 정보당 25톤 이상만 되면 잘 된 것으로 생각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외 기본 알곡작물인 벼 역시 국가생산계획이 정보당 10톤이라며 실제 농민들은 정보당 6톤만 수확해도 그 해는 ‘풍년’이 든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 2009년부터 한해 700만 톤을 목표로 ‘국가식량생산계획’이 작성되고 있다”며 “사실상 그러한 ‘국가식량생산계획’은 구체적인 농업현실을 무시한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들은 “‘국가식량생산계획’이야 어떻게 됐든 농민들이 ‘농사가 잘 됐다’면 잘 된 것”이라며 “올해 농사와 관련된 우스갯말 속에는 농사가 잘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터무니없는 ‘국가식량생산계획’을 조롱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