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 농기계 없어 ‘맨손’ 농사

앵커: 북한당국이 쌀은 총알과 같다는 신조어까지 내놓고 농사짓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기계가 부족해 순수 인력만으로 모내기를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쌀 생산의 절박성을 호소하는 새 구호들을 연이어 내놓고 주민들을 모내기에 총동원했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취:(북한 협동농장간부) 올해 죽으나 사나 농사를 잘 지어 인민들이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하려는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과거 김일성 주석시절에 '쌀은 공산주의'라는 구호가 나온 적은 있지만, 쌀을 총탄에 비유한 것은 김정은 체제가 미국과의 대결을 주장한 상황에서 그만큼 먹거리 문제가 절박해졌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기름과 농기계가 턱없이 부족해 모내기 전투는 순수 인력전에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국경지방에 나온 평안남도 숙천군의 한 주민은 "곡창지대로 알려진 열두삼천리벌에도 당장 써레치기를 해야 할 논밭들을 뜨락또르(트랙터)들이 갈지 못해 사람들이 악조건에서 모내기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난 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원래 협동농장들에서 가을이 끝난 다음 트랙터로 논밭을 깊이 갈아줘야 하지만, 기름이 태부족해 갈지 못한 상태에서 모내기가 시작되자, 사람들을 그대로 내몰아 모를 꽂게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일부 써레를 치지 못한 논판에 모를 꽂자면 발로 한동안 주물러야 겨우 물렁물렁 해진다"면서 "이런 악조건에서 하다 보니 한 사람의 하루 계획이 1.2공수를 벌어야 하는데 겨우 0.3~0.4공수밖에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모내기 현장으로 달려 나온 대학생들과 군인들 속에서 각종 질병이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주민은 "논판에서 모를 꽂던 대학생 처녀들 가운데 물갈이를 하면서 몸에 두드러기가 돋기 시작하고 거기에 인분 독까지 올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당국이)땅의 지력을 높인다고 논밭에 인분을 대대적으로 낸 결과 논판에는 생 인분이 떠다닌다"면서 "거기서 일하는 학생들의 발에 독이 올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랙터와 모내는 기계가 부족한 협동 농장들에서는 소를 동원하다 못해 궁여지책으로 고등중학교 학생들까지 동원해 논밭을 뒤집는다고 난리라고 평안북도 지방의 또 다른 주민도 말했습니다.

국경지방 주민:
손으로 많이 하고, 기계는 한 농장에 한두 대 밖에 없고요. 있을 수가 없지요. 기계 부속이 없지요.

북한 중앙텔레비전에서 모내기에 나선 북한 주민들이 흥에 겨워 일한다고 선전하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또 모내기가 시작되자, 논판 안쪽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도로주변부터 시작했다면서 이상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모내기가 늦어지면 간부들이 추궁할까 봐 농장간부들이 보이는 데부터 먼저 하라고 지시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는 "농장에서 분조관리제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농장간부들이 농사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면서 "간부들의 아첨 때문에 숱한 사람들이 등짐으로 모를 나르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