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민들의 수입을 올린다고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자, 일부 농가는 시내에서 '노력', 즉 머슴을 데려다 포전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협동농장에서 포전담당제를 실시하자, 농촌에 인력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도시에 거주하는 40대의 박 모 주민은 "요즘 농촌에는 소토지와 포전담당제 토지에서 일할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면서 "시내에서 노력을 데려다 쓰는 농촌 집들이 적지 않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평안북도 운전군의 실례를 들면서 "협동농장에 소속된 농민들은 가뭄 때문에 물주기를 하느라 바쁘다"며, "그래서 포전 농사는 나이 많은 사람이나, 친척, 그리고 도시에서 데려온 '노력'들이 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노력'이란 도시에서 할 일 없어 떠돌던 사람들이거나 집이 없는 사람들, 특히 이혼해 혼자가 된 남성들로, 사실상 거처할 곳이 없어 찾아온 '머슴'이나 다름없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포전관리제를 실시하면서 농민들로 하여금 기본 시간에는 농장에 나가 일하게 하고, 부여받은 포전 농사는 분조 내에서 사람들끼리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농사짓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지독한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협동농장 논밭에 나가 물주기에 동원돼야 하기 때문에 포전농사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결과 보통 한 농가에서 1정보 가량 땅을 받았다"면서 "거기에 텃밭과 개인 소토지까지 다 합하면 3정보 이상 땅을 소유한 집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토지를 다루자면 어차피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도시에서 사람들을 끌어다 쓰는 데, 사실상 '머슴'을 두는 것과 같다는 설명입니다.
주민 박 씨는 "내가 아는 농촌의 한 친구도 도시 노동자를 데려다 밥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시키고, 가을에 옥수수를 얼마간 주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한 탈북자도 "여름 한철 농촌에 나가 일해주고 밥을 얻어먹는 머슴들이 함경도에도 수두룩하다"면서 "농촌에서 웬만큼 사는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지주처럼 머슴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지독한 가뭄과 관련해 그는 "황해도 지방은 가뭄 때문에 농사가 안됐다는 말을 들어 아는 데, 농촌에는 포전담당제가 실시되어 굶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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