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들, 농산물 통제로 곤경

0:00 / 0:00

앵커 : 북한이 최근 농산물의 유통을 일제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동준비를 위해 농산물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마다 수확이 끝난 늦가을 북한당국이 내놓는 농산물유통 통제조치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사법기관들이 동원되어 농산물의 유통을 차단하는 바람에 농민들은 식량을 제외한 생필품 구입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올해 농사가 잘됐는데도 중앙에서 농촌 세대마다 1년분 식량을 무조건 비축하라는 지시를 내려 각 지방당국이 자기 지역의 농산물이 외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길목을 차단하고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농민들은 겨울을 앞두고 솜옷과 땔감 등 월동준비를 하려면 농산물을 팔아 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국이 농촌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들에 초소를 설치하고 농산물의 유통 및 거래를 차단해 농민들은 월동준비도 못한 채 추운 겨울을 맞게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농민들은 개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려면 자신의 뙈기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임을 증명하는 ‘확인서’를 해당 농촌관리위원회에서 받아야 한다"면서 "어렵게 ‘확인서’를 뗀다고 해도 초소들에서 한 배낭(20kg) 이상의 농산물은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농사가 잘돼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데다 개인 뙈기밭에서 생산한 농산물마저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게 하면서 겨울철을 코앞에 둔 농촌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앙에서 ‘포전책임제’를 실시하면서 여유양곡 처분권을 농민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었다”며 “그러나 농민들에게 여유양곡 처분권을 주겠다던 당국의 약속은 지금껏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여유양곡 처분권은 물론이고 개인들이 가꾼 마늘이나 쪽파, 고춧가루의 유통까지 단속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농산물 단속은 식량을 비축하자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땀 흘려 농사지은 농산물을 싼 값으로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당국의 농산물 유통 단속을 기회로 도시의 장사꾼들이 차량을 끌고 농촌지역들을 돌며 농산물을 싼값에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월동준비를 위한 돈이 급한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도시 장사꾼들에게 농산물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개인들이 운반하는 소량의 농산물은 단속하면서 도시장사꾼들이 화물차로 농산물을 사들이는 것은 방관하고 있으니 과연 누구를 위한 유통단속이냐며 농민들이 성토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당국의 조치는 결국 돈 많은 장사꾼들이 뇌물을 고이고 농민들의 농산물을 헐값으로 빼앗아가는 것을 방조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할 걸 뻔히 알면서 중앙에서 왜 이 같은 지시를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농민들의 억울한 입장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