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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지원을 조건으로 얼마 전까지 미국과 북한이 핵협상을 벌였는데요. 북한이 올해 상반기 내 대규모 식량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이르면 5월 중순부터 대기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1990년대 중반 홍수 피해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겹치면서 1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은 대기근, 바로 ‘고난의 행군’입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8일 북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내부의 급박한 식량 사정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도 언급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나빠진 북한의 식량 사정을 설명하면서 군관과 보위부 간부들에 대한 배급 상황도 알려주었습니다.
“보통은 국가에서 이들에게 배급을 줄 때 입쌀과 강냉이를 5:5로 반반 섞어 주는데 2월에는 갑자기 입쌀 없이 강냉이만 줬다”며 “그나마 받은 강냉이도 제대로 마르지 않아 배급을 받은 간부들이 불만을 나타냈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물기가 있는 강냉이는 마른 강냉이에 비해 무게가 더 나가기 마련, 그만큼 양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2월이 김정일 생일 달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간부들은 다른 달보다 입쌀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잔뜩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여태까지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군관과 보위부 간부들의 사정이 이렇다면 주변의 다른 기관은 더 나쁘다는 뜻입니다.
“아직 장마당에서 강냉이 가격 변동은 없지만, 국가 비축식량이 이렇게 나빠진 상황에서 강냉이 가격이 조만간 오를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현재 양강도 혜산에서 거래되는 강냉이 가격은 1kg당 1300원이며, 함북 회령은 1kg당 12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조금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또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곧바로 ‘고난의 행군’을 겪은 것처럼 지난해 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게 된다면 주민의 대량 아사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해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이철호(가명) 씨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뙈기밭에 매달려 협동농장 농사를 등한히 한 것이 식량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뙈기밭을 일구는 주민들을 계속 단속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