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도 아사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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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궁기를 맞아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도 유독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 주민들이 최악의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황해도 지역은 작년에 큰물피해를 당한데다 수확한 대부분의 식량을 군량미로 빼앗겨 굶주림을 참다못한 일부 주민들 간에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 방문길에 나선 황해도 사리원 인근의 농촌주민 문 모 여인은 “황해북도 지역의 식량난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실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문 여인은 “황해도 지역은 원래 농사가 잘 되어 대량의 군량미를 바치는 ‘90만톤’ 지역”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작년에는 큰물피해로 농사를 망쳤는데도 수확한 식량 대부분을 군량미로 거둬가 주민들이 지난 가을부터 굶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여인은 또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먹을 것을 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충격적인 증언을 내놓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이 같이 증언한 문 여인은 “바깥세상에서는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황해도지역의 식량난이 고난의 행군시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며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아사자의 시신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중국방문에 나선 함경북도 청진의 한 주민도 “식량난은 도시지역보다 농촌지역이 더욱 심각하다”면서 “특히 작년여름의 큰물로 인해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은 가을한 농작물이 평년의 절반도 안됐는데 그나마 군량미로 다 거둬가는 바람에 농민들에게 남은 게 없다”고 문 여인의 증언을 뒷받침 했습니다.

그는 또 “가물에 콩 나듯 북데기(지푸라기 등 이물질)가 잔뜩 섞인 강냉이를 조금씩 준다지만 이는 한 가족이 하루를 버티기에도 모자라는 양”이라며 “황해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식량난은 지역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어느 해보다 추웠던 지난 겨울동안 평양에서만 동사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북한관료로부터 전해들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중국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해마다 조선에서 가장 심한 식량난을 겪는 곳은 황해도와 강원도 지역”이라며 “황해도 지역이 그 정도면 강원도 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작년 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게 되는 올해부터 주민들에 대한 배급을 정상화하겠다며 호구조사까지 마쳤으나 지금까지 식량배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